투자 주저하는 기업.. 보유 현금 500조 돌파
기업에 '현금'이 쌓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5조7000억원이 늘면서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광의통화(M2) 증가율이나 가계 보유 M2 증가율에 비해 훨씬 가파르다. 기업에 '노는 돈'이 쌓이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M2는 대표적 통화·유동성지표로, 예금취급기관을 기준으로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자산의 총량이다.
8일 한국은행의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업부문 보유 M2는 503조4000억원으로 전월에 비해 1.14% 증가했다. 이에 비해 전체 M2는 1912조8000억원에서 1921조4000억원으로 0.4%, 가계 및 비영리단체 보유통화는 1062조2000억원에서 1067조원으로 0.5% 증가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로도 가계는 4.1%인데 비해 기업은 9.9%에 달했다.
이런 격차는 국민소득에서 가계 몫의 비중이 작아지는 흐름과 함께 투자처를 찾지 못한 '노는 돈'이 쌓여가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가계 몫 비중을 나타내는 노동소득분배율은 2006년 61.3%를 정점으로 꺾여 2012년 59.7%로 하락했다. 기업 보유통화 증가 자체를 바로 '노는 돈'의 증가로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 유보에 따라 사내유보금이 늘면서 기업부문 보유 통화가 더 가파르게 증가했을 개연성은 충분하다. 10대 대기업의 사내 유보액은 2008년 235조원에서 해마다 급증해 지난해 480조원 가까이 치솟았다. 박승 전 한은 총재는 "성장 활력을 되찾으려면 대기업들의 보유 현금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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