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소과자'에 '흉기차'까지..소비자의 역습

박혜림 입력 2014. 10. 3. 07:04 수정 2014. 10. 3.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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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뉴시스】박혜림 기자 = 최근 대학생들이 국내 제과업체들을 상대로 과대포장에 항변하는 의미에서 실시한 속칭 '질소과자 뗏목' 퍼포먼스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질소과자'는 국내 제과업체에서 판매하고 있는 대다수 과자에서 내용물이 포장 충전재로 쓰이는 질소의 양보다 적은 것을 풍자한 신조어를 뜻한다.

이는 수년 전부터 논란을 빚은 국산 과자의 과대포장 횡포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내수용 과자의 양과 해외 수출된 과자의 내용물이 현격한 차이를 보이면서 소비자들을 기만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실제 지난해 컨슈머리서치가 집계한 국내 제과류 과대포장 조사에 따르면 국내 4개 제과업체 과자 20종에 대해 포장비율을 측정한 결과 85%에 해당하는 17개 제품에서 내용물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소비자들의 불신이 팽배해짐에 따라 해외직접구매 사이트를 통해 국내 과자를 역수입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수입 과자 전문점들로 소비자층이 옮겨가면서 국산과자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강원 춘천시에서 수입 과자 전문점을 창업한 김은지(29·여) 대표는 수입 과자 열풍에 주된 원인을 국산과자와 2배 가까이 차이 나는 저렴한 가격에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소비자의 역습'은 국내 제과업체만이 아니었다.

근래 인기 걸그룹 레이디스 코드의 멤버가 차량을 타고 이동하던 중 바퀴가 빠지면서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피해자가 타고 있던 차량이 국내 차량임이 밝혀지면서 국산차의 안전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일전부터 국산 차는 속칭 '흉기차'로 불리며 소비자들로부터 심각한 불신을 야기했고 불매운동 등 사회적인 현상을 빚어왔다.

특히 국산 차의 잦은 결함 문제와 더불어 빈번한 차 사고의 속출은 소비자들이 안전성 문제로 의심을 품기에 충분한 결과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태원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자동차 급발진 의심신고 접수 총 417건 가운데 42.2%에 해당하는 176건이 접수된 현대자동차가 가장 급발진 신고가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기아자동차가 69건, 르노 삼성자동차 61건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입자동차 중 독일 BMW는 15건, 일본 도요타 12건, 독일 벤츠는 9건에 그쳤다.

국내 전자·가전제품도 예외는 아니었다.

국내 스마트폰의 가격과 해외시장에 내놓은 스마트폰의 가격이 크게는 30여 만원까지 차이가 나면서 자국민을 우롱한 대기업의 횡포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기업의 그칠줄 모르는 '을의 횡포'에 소비자들이 반기를 들고 일어섰다.

해외직구사이트를 통한 물품 구매에 직접 나서거나 가격비교나 용량 비교 등 현명한 소비의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

평소 해외직구사이트를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29·여)씨는 "아무래도 국내 제품보다는 가격이나 품질 모두를 생각하면 번거롭더라도 해외직구사이트를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수출 주도형 산업중심의 사회구조를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했다.

녹색소비자시민연대 조윤미 본부장은 "산업화 초기 수출 주도형 산업구조로 인해 자국 기업들이 국외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생산 활동을 펼치게 되면서 자국기업을 믿고 신뢰했던 국내 소비자들이 일종에 배신감을 느끼고 이같은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 본부장은 "향후 현명한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거품 낀 자국 제품은 보다 외면받게 될 것이고 사실상 위험 부담을 안고서라도 해외의 제품에 눈을 돌리면서 소비형태는 점차 진화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hlpar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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