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이미 좀비인데..연명 치료 후 차기 정부로 넘긴다

이효상·김보미 기자 2016. 10. 3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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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근본적 해결책 없는 정부 ‘조선업 구조조정’ 최종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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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31일 내놓은 조선산업 구조조정 방안은 선박 발주와 자금 투입을 통해 ‘조선3사’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인력과 건조 규모 등 과잉 공급능력을 해소하고 조선3사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높인다는 방안 역시 지난 6월 각사의 자구안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정부가 조선업에 대한 근본 수술을 포기하고 시간을 보내다 다음 정부에 ‘폭탄 돌리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조선 밀집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보면 수주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선박 발주와 각사의 자구노력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2020년까지 11조여원을 투입해 250척 이상의 선박을 신규 발주하기로 했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7조5000억원을 들여 군함·경비정 등 63척 이상의 공공선박을 2018년까지 조기 발주하기로 했고, 나머지 3조7000억원은 펀드를 통해 대형선박이나 여객선 등의 발주를 지원하는 데 쓰기로 했다. 중소형 선박의 경우 신규 발주 지원을 위해 대출상환기간 연장 등 금융지원을 하기로 했다.

조선3사는 설비와 인력을 감축해 재무건전성을 높이기로 했다. 3사의 도크 수를 31개에서 2018년까지 24개로 줄이고, 직영인력은 6만2000명에서 4만2000명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부실 규모가 큰 해양플랜트 사업은 규모를 축소하고, 수익성 평가를 강화해 저가 수주를 방지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사실상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정만기 1차관은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추가 수주 여부도 불투명하고, 가동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경쟁력 있는 상선 분야에 집중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5개 자회사와 1조5000억원 규모의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태양광·풍력 등 조선해양 사업과 무관한 사업에 대해서는 분사 및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5000억원 규모의 비생산 자산을 매각하고 1조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하기로 했다.

조선산업에 대해 현 정부가 최종 대책을 내놓은 셈이지만 업계의 시선은 차갑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선사별 경쟁력 강화 방식이나 유동성 확보 계획은 지난 6월 만든 자구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그 후 5개월을 기다렸지만 대책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민영화 추진을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기준과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 6월 발표 이후 나온 맥킨지 보고서 역시 최종 대책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맥킨지 보고서는 독자 생존이 어려운 대우조선을 매각·분할해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은 과잉공급 해소가 관건”이라며 “근본적인 해결법이 없는 상황에서 지금 같은 수주절벽이 계속된다면 조선사별 사업 분야 특화나 신사업 추진 효과도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조선업의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건국대 경제학과 최배근 교수는 “조선 빅3는 이미 좀비 기업화된 만큼 조선산업 차원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되는데 정부가 개별기업 재무 개선 차원의 접근을 한다”며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구조조정을 추진하지 못하면 부담은 다음 정권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효상·김보미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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