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상대 '마이너스 관광'.. 결국 부메랑으로
24일 오후 중국 상하이, 광저우 등 대도시에 밀집한 한국 관광 전문 여행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지방 정부가 지난해 관광객 수를 기준으로 한국으로 가는 단체 관광객을 20% 줄이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여유국(旅游局·관광정책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이 지난 13일 '불합리한 저가 여행 관리 추진에 관한 통지'를 내고, 저가 여행 패키지를 판매했다가 적발될 경우 30만위안(약 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히자 각 성(省)·시(市)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상하이에서 단체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관광 상품을 파는 A 여행사 관계자는 "여행사마다 '이제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불안에 떨고 있다"며 "정식 공문 형태로 전달받은 것은 아니지만 '1일 1회 이상 쇼핑 금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국내 관광 업계도 발칵 뒤집혔다. 중국인 기업을 대상으로 대형 인센티브 관광단을 유치하는 B여행사 관계자는 "오는 12월 상하이에서 출발 예정이었던 300명 규모 한국 관광 패키지와 내년 2월로 예정됐던 2000여명 단위 단체 관광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사·면세점 등 관광 업계 초긴장
중국 국가여유국은 통지문을 통해 "성·시 정부와 함께 앞으로 6개월 동안 저가 여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저가 여행에 따른 폐해 신고가 급증하자 중국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구체적인 지역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제재가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 방문국 순위 1·2위를 다투는 한국과 태국에선 항공료·숙박비·식대 등 기본 여행 경비도 안 되는 저가로 파는 이른바 '마이너스 투어'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598만명에 달했으며, 올해는 800만명까지 늘 것으로 기대했다. 지난해 793만명이 방문해 중국 관광객 방문 1위 국가인 태국은 지난 8월 정부가 나서 "역사상 가장 엄격한 저가 관광 단속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중국 당국의 일차적인 화살은 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 조치에 따라 당분간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 방문이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면세점, 화장품 등 중국인 특수를 누린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단체 관광객이 줄면 매출에 영향이 커 올 연말까지 관광 상품 예약률 등 관련 수치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설화수·라네즈 등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많은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현지 판매 확대를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사드 보복일 수도… 위기를 기회 삼아야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보복 조치'라는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최근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취임하고 대만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숫자가 3분의 1로 뚝 떨어진 것을 보면, 이번 조치 역시 사드와 관련된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당분간 관광객이 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국내 저가 관광 근절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기종 경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조치는 사드와의 관계를 떠나 우리 관광 업계가 기존의 싸구려 관광을 근절하고 자성(自省)할 수 있는 촉매가 돼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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