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못 찾는 한국경제]대기업만 믿다 발등 찍힌 '미래'

이효상 기자 2016. 10. 16.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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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전자·중화학 의존정책 역풍…내수 줄고 리콜 겹쳐 ‘이중고’
ㆍ중소기업 혜택 더 확대해야

내수 침체와 수출 하락으로 미증유의 저성장 시대에 시달리는 한국 경제에 ‘대기업 올인 구조’가 또 하나의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동시에 최대 악재를 맞으며 한국의 경제지표에는 즉각 ‘빨간불’이 켜졌다. 조선·해운, 철강, 석유화학 등 국내 주력산업의 구조조정이 갈피를 못 잡는 이유 역시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심화가 한 원인이다. 그러나 정부의 대기업 지원은 확대되면서 ‘대기업을 통한 성장’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사태로 휴대폰 수출이 급감했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의 9월 수출 동향을 보면, 지난달 휴대전화(완제품+부품) 수출액은 18억7000만달러로, 전년 같은달보다 33.8%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7 리콜 조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4분기 수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9월까지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판매량은 1998년 이후 18년 만에 감소세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의 수 자체도 줄어들면서 지난 7월 기준으로 한국은 12년 만에 세계 5위 생산국 자리를 인도에 내줬다. 휴대폰과 자동차가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임을 감안하면 전체 수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무선통신기기는 전체 수출의 6.2%를, 자동차는 8.7%를 차지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부품 포함) 자동차와 무선통신기기 수출 부진으로 4분기 수출증가율을 추정하면 최소 3.4%포인트 낮출 정도”라고 말했다. 수출 부진은 우리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진다. 일본과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이 30%대인 것에 비해 한국은 88.1%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국내 주식시장 시가총액의 약 19%를 차지하는 등 경제구조가 대기업에 쏠려있다.

더 큰 문제는 문제점을 해결할 대안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대기업에 의한’ 경제 운영 구조에서 섣불리 구조조정의 칼날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자금 지원이 반복되고 있지만 회생의 기미가 없는 대우조선해양은 극단적인 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위기라는 이야기는 몇 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절박함은 느껴지지 않는다”며 “원천 기술의 부재, 수직적인 기업문화, 불투명한 회계방식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와 은행 등 금융권의 ‘대기업 사랑’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4월 정부는 ‘신산업 투자와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개혁’ 방안에서 대기업이 사물인터넷(IoT), 에너지 등 ‘신산업’에 연구·개발(R&D) 투자를 하면 법인세를 깎아주기로 한 반면, 중소기업이 누리는 혜택은 변함이 없었다.

정책금융의 대기업 쏠림 현상도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대기업이 받은 대출 중 35%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부터 이뤄진 것으로 10년 전보다 5%포인트 높아졌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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