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에 막히고, 중국 특수 실종.. 10월 수출 18% 급감

김승범 기자 2016. 10. 14. 0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수출.. 美 23%, EU 27%, 中 18% 줄어] - 무역 장벽에 울고 美, 포스코에 57% 반덤핑 관세.. 年 8000억 철강제품 수출 포기 - 對中 수출 타격 정유제품·반도체 등 자체 생산.. 수출 시장 아닌 경쟁자로 변신 - 수출 전략 대전환 필요 화장품·게임 등 새 시장 개척.. 원가절감 '4차 산업혁명' 나서야

지난 8월부터 포스코가 만드는 열연강판의 대미(對美) 수출이 전면 중단됐다. 미국 상무부가 포스코 열연강판에 대해 57%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수출하지 말라는 의미다. 앞서 올 초부터 미국은 포스코의 냉연강판과 내(耐)부식성 철강 제품에 대해서도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철강협회 관계자는 "포스코로서는 연간 7억달러(약 8000억원)에 달하는 미국 수출 물량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 보호주의로 국내 철강업체가 극심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산(産)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EU, 인도네시아 등의 수입 규제도 잇따르고 있다.

울산 석유화학 단지에 있는 한화종합화학 공장은 '서바이벌(Survival) 100'이라고 쓴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생존을 위해 100주 동안 뼈를 깎는 원가 절감을 하자는 의미다. 합성섬유 원료인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을 만드는 이 공장은 지난해 10월 연간 40만t을 생산하는 라인 1개의 가동을 중단했다. 중국 석유화학업체들이 수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중국 토종 기업들이 공장 신설을 통해 PTA를 대량 생산, 중국 내 수요 충족은 물론 수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한때 대중(對中) 수출로 재미를 보던 우리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며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한국 수출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달 들어 10일까지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2% 급감했다. IMF 외환 위기 때보다 더 긴 1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8월에 겨우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지난달 곧바로 5.9% 감소한 데 이어 다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23%), EU(-27%) 등 선진국은 물론 중국(-18%)과 인도(-30%)·러시아(-21%) 등 신흥국에서도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통상 압박과 중국발 특수(特需)의 실종으로 우리 수출은 양대(兩大) 시장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엔 우리 수출 기업의 투톱인 삼성전자·현대자동차마저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전방위적 보호무역주의 타격 현실화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한국산 제품에 대한 각국의 수입 규제다. 미국처럼 인도도 한국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나서면서 8월 대(對)인도 수출이 전달보다 40% 줄었다. 타깃은 철강뿐만이 아니다. LG화학·애경유화·한화케미칼은 미국에 수출하는 가소제(플라스틱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물 위기에 처했다. 미 상무부가 내년 2월 반덤핑 관세 최종판정을 내린다면 한국 업체 3곳은 24~48%의 관세를 추가로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산 가소제는 미국 수입 시장에서 점유율 56%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반덤핑 판정을 받을 경우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뜸했던 EU도 지난 8월 한국산 고순도 테레프탈산(PTA)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올 들어 9월까지 한국을 상대로 한 반덤핑 조사, 세이프가드 등 수입 규제 관련 신규 제소는 34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0% 늘어났다. 특히 신흥국발(發) 제소 비중이 76%로 치솟았다. 세계 경기 둔화로 어려움에 빠진 신흥국이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중국 특수' 사라지고 시장 경쟁자로

한국 수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국 수출은 1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대중(對中) 수출이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이 한국 등으로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수입한 후 완제품으로 조립해 수출하던 전략을 자체 생산하는 방향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우리 정유업계도 '중국 리스크'에 직면했다. 설비를 꾸준히 늘려온 중국은 지난해부터 정유 제품 순수출국으로 전환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유사들은 대중 수출 감소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서 중국과 싸워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중국 대체 시장으로 개척한 호주에서조차 우리 정유사들의 수출은 지난해 하루 16만배럴에서 올 들어서는 13만배럴로 감소했다.

"화장품·게임 등 다변화와 제조업 4차 산업혁명으로 돌파해야"

전문가들은 한국이 직면한 '수출 절벽'을 돌파하기 위해선 우선 품목과 시장 다변화를 주문했다. 김극수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장은 "수출 신시장 개척을 위해선 한류 혜택을 볼 수 있는 화장품, 게임 등을 내세워 동남아와 인도 등을 집중적으로 개척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계에 봉착하고 있는 제조업의 경쟁력 복원을 위해선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많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장은 "'일본보다 싸고 중국보다 좋다'는 우리의 수출 경쟁력이 지금은 '일본보다 후지고 중국보다는 비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기존 제조업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하는 4차 산업혁명이야말로 '원가 절감의 극대화 모델'로, '한국에서 생산하지만 가격은 중국 수준'이란 경쟁력을 만들 수 있는 무기"라고 말했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