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법정관리 배제..최악땐 자율협약 추진
만약 기대와는 달리 업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유동성이 바닥을 보이는 상황이 연출될 경우에는 국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사채권자 모두가 참여하는 '조건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에 들어가 신규 자금을 투입한 뒤 2018년 이후 매각을 타진하기로 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특히 대우조선해양을 배제한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 2사 체제에 방점을 찍은 맥킨지 보고서는 참고용으로만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13일 금융당국과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는 2조9000억원(산업은행 1조8000억원·수출입은행 1조1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출자전환을 연내에 단행해 대우조선해양 부채 규모를 확 줄인다는 계획이다. 출자전환액은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에서 확정된 신규 자금 지원액 4조2000억원 중 대출금 형태로 대우조선해양에 투입된 '혈세' 전액이다. 이와 함께 연내 3000명 인력 감축과 내년 중 플로팅 도크 전량 매각 등 강도 높은 자구안을 시행해 별도의 신규 자금 투입 없이 대우조선해양을 정상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같은 정상화 방안이 업황 악화로 좌절돼 내년 4월부터 11월까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 상환으로 자금부족 사태가 발생할 경우, 만기 연장 등 회사채 채무재조정을 전제로 한 '조건부 자율협약' 추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 현대상선·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초기에 마련한 이해관계자 고통분담 원칙을 대우조선해양에도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자구안 이행이 차질을 빚거나 소낭골 인도 지연 장기화 등 악재가 잇따를 경우 시중은행까지 아우르는 자율협약으로 신규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향후 자금 부족이 드러날 경우 국책은행만의 신규 자금 지원은 없을 것"이라며 시중은행들까지 참여하는 자율협약을 거론했다. 만약 일부 시중은행이 자율협약에 반대할 경우, 해당 시중은행은 청산가치에 준하는 돈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하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시중은행 참여를 배제한 채 산업은행(2조6000억원)과 수출입은행(1조6000억원)만 참여하는 4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 방안을 확정해 혈세 투입 논란과 함께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 시중은행 무임승차론을 키운 바 있다.
이처럼 정부가 법정관리 가능성을 일축하고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혹은 자율협약에 방점을 찍은 것은 대우조선해양 법정관리나 청산비용이 정상화 비용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청산절차를 밟는다면 많게는 13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선박을 건조하는 데 3년가량이 필요한데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선주사 발주 취소로 이미 투입된 건조자금이 모두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법정관리 시 13조원의 국책은행 손실과 4조2000억원의 국책은행 대출 중 어느 쪽이 이익인지는 명약관화하다"며 "국회에서 의결하지 않는 이상 법정관리에 들어갈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박용범 기자 / 정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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