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도 선박 가압류.. 계속 꼬이는 '한진 해법'

이성훈 기자 2016. 10. 10.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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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샤먼호' 7일 부산신항서 작업 중 美연료회사가 가압류] - 국내 가압류 없다더니.. 창원지법, 한진 직접 소유 아닌 외부서 빌린 선박으로 판단 - 아직 하역 못 한 선박 35척 이미 '스테이 오더' 내려진 美·獨 등도 추가 가압류 우려 빈 컨테이너 처리 문제도 골치.. 한인업계 피해액 1500만달러

'한진해운 사태' 이후 처음으로 국내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이 가압류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그동안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 선박이 국내에선 가압류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했었다. 선박이 가압류되면, 하역 직후 배가 움직이지 못해 영업이 중단된다. 따라서 한진해운 선박이 가압류를 피하기 위해 국내 항만에 입항하지 않으면 하역 작업은 더욱 지체돼 '물류 대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현재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가운데 하역을 못 한 선박은 35척인데, 이 중 20척이 국내 항만으로 들어올 예정이다.

"국내 항만 복귀 어려워지나"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창원지방법원 관계자가 부산신항에 접안 중이던 '한진 샤먼'을 찾아가 미국 연료유통회사인 '월드 퓨얼'에 의해 가압류된 사실을 통보했다. 국내에선 지난달 1일부터 한진해운 자산에 대해 '포괄적 압류 금지 명령(스테이 오더·자산에 대해 채권자의 압류를 금지하는 것)'이 내려졌기 때문에, 한진해운 선박도 가압류할 수 없다. 하지만 창원지법은 '한진 샤먼'이 한진해운 자체 소유가 아닌 외부로부터 빌린 선박이기 때문에, '스테이 오더'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보통 해운사가 선박을 발주할 때는 자금 조달을 위해 외국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운다. 이 때문에 '한진 샤먼'은 한진해운이 파나마에 세운 SPC 소유이고, 한진해운은 이 SPC로부터 선박을 빌린 것이 된다. 하지만 해운업계에선 이런 선박은 모두 SPC가 아닌 해운사 자체 소유 선박으로 간주하지만 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을 이해 못 한 금융당국이 내놓은 각종 대책이 빗나가면서 물류대란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미 '스테이 오더' 내린 국가도 가압류 허용할 수 있어"

지난 7일 부산신항에서 하역·선적 작업을 하던 중 외국계 연료회사로부터 가압류된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 한진 샤먼호. 국내 항만에서 한진해운 선박이 가압류된 첫 사례이다. 정부는 그동안 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에 대해 자산 동결이 이뤄져 국내 항만에서는 가압류될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해 왔다. /국제 선박정보 사이트 플리트몬

이번 창원지법의 결정이 국내 문제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한진해운에 대해선 미국·일본·영국·독일·싱가포르 등에서 '스테이 오더'를 내린 상태다. 해운업계 관행에 따라, 이들 국가는 한진해운 SPC 소유의 선박에 대해서도 모두 가압류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한진해운 채권자들이 '한진 샤먼' 사례를 근거로 가압류를 신청할 경우, 혼란은 국제 문제로 번질 수 있다. 한진해운 소유 컨테이너선 37척 가운데 '한진 샤먼'을 포함해 34척이 SPC를 끼워서 계약된 것이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는 "한국 법원이 가압류를 승인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가 채권자의 가압류 신청을 거부할 이유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잇따라 빗나간 정부 대책에 해운·물류업체 불만 '폭발'

해운업계와 중소 물류업체들은 정부의 어설픈 대책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8월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자, 정부는 현대상선 선박 15척을 미주·유럽 노선에 대체 투입해 물류 대란을 해소하고, 한진해운 물량을 국내 해운사가 흡수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지금까지 투입된 현대상선 대체 선박은 6척에 불과하고, 투입 시기도 유럽 노선의 경우 열흘가량 늦어졌다. 한진해운 물량의 60% 이상을 외국 선사들이 가져갔기 때문이다.

미국 LA항 등에 한진해운이 남겨 놓은 빈 컨테이너 박스 처리 문제도 여전히 심각하다. 미주한인물류협회는 "화물운송 차질에다 빈 컨테이너 처리 문제까지 겹치면서 한인 물류업계가 부담해야 할 피해액이 최소 1500만달러(약 168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화물 항공기와 대체 선박으로 수출·물류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정부의 구상도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다. 추수감사절과 연말연시 등 성수기를 맞아 화물 항공기 확보가 쉽지 않고, 운임도 급등했기 때문이다. K물류업체 정모(43) 대표는 "화물 항공기는 예약 물량이 이미 차 있어서 새로 물건을 싣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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