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대기업 부실채권 늘고 자금조달 위축.. 구조적 불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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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근본적으로는 경제가 구조적 불황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고령화, 인구감소 등과 맞물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일본식 장기 복합 불황에 빠져드는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3일 “기업이 돈을 빌리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투자할 데가 없다는 것, 돈 되는 곳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지금 불황은 경기순환상 반복되는 과거의 것과 완전히 다른 구조적 불황”이라며 “애초 돈을 푸는 통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 3년여간 내수부양을 위한 통화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돈은 실물경제 대신 가계와 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 흘러들었다. 예금취급기관 대출 증가율은 이런 돈의 흐름을 보여준다. 제조업 대출이 전년동기비로 2012년 7.1%에서 지난 2분기 3.7%로 반 토막 날 때 부동산·임대업은 0.8%에서 15.7%로, 가계대출은 3.2%에서 12.3%로 급등했다.
◆자금조달 멈춘 기업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은행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회사채와 주식, 기업어음(CP) 등을 통한 직접금융 자금조달도 감소세다. 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은 지난 8월20일 기준 164조3047억원으로 7월 말보다 484억원 증가에 그쳤다. 대기업 대출은 지난 4월 2조원 이상 늘었지만 3월과 5월, 6월에 감소세를 보였고 결국 올해 들어 8월까지 잔액이 약 1000억원 줄었다. 대기업 대출 잔액은 작년에도 4조5000억원 감소했다.
기업이 금융시장에서 증권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규모도 감소세다. 8월 들어 20일까지 CP는 3000억원어치가 순발행됐고 주식 발행 규모는 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는 같은 기간 2조2000억원어치가 순상환돼 전체 자금조달 규모는 약 1조2000억원 줄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주식 발행규모는 6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회사채와 CP는 각각 1조6000억원어치가 순상환됐다. 순상환은 증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보다 상환한 자금이 많다는 뜻으로 기업이 금융기관 등에서 자금조달을 줄이고 있다는 의미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들이 국내 경기가 장기간 침체할 것을 우려해 투자를 늘리지 않고 자금 수요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9일 열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 금통위원은 “기업신용순환이 하강국면에 진입하면서 생산부문에 대한 중개기능이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대기업 부실채권 20조원 육박
이날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기업의 부실채권 규모는 올해 상반기 19조723억원으로 작년 말 17조6945억원보다 1조3778억원 늘었다. 2008년 3월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19조원을 돌파한 것이다. 여신 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5단계로 나뉜다. 부실채권은 고정이하여신을 의미한다.
전체 대기업 여신 규모는 올해 6월 말 427조8543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8조9287억원 줄었다. 은행별로는 KEB하나, 신한, 농협 등 시중은행이 대기업 여신을 크게 줄였다. KEB하나은행은 작년 말 52조8991억원에서 올 상반기 말 44조4380억원으로 8조4611억원 줄여 감소 폭이 가장 컸다. 기업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는 KDB산업은행은 오히려 대기업 여신을 1조5318억원 늘렸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정부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우리은행도 2064억원 늘렸다.
대기업 여신 규모는 반년 동안 9조원 가깝게 줄었지만 관련 부실은 더 쌓여 은행권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상승했다. 대기업 전체 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올 상반기 4.46%로, 작년 말 4.05%보다 0.41%포인트 상승했다. 전체 부실채권 가운데 대기업 비중은 63.2%에 달한다.
류순열 선임기자, 염유섭 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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