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檢 "롯데 총수일가 이익 빼먹기 1300억원, 역대 최대"

입력 2016. 9. 27. 03:05 수정 2016. 9. 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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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횡령배임 혐의 영장 청구.. 28일 실질심사
[동아일보]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61)에 대해 1750억 원대의 횡령 배임 혐의로 2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지 6일 만에 구속영장 청구 카드를 꺼낸 검찰은 “총수 일가의 기업 사유화와 이익 빼먹기에 관련된 금액이 1300억 원에 이르러 지금껏 발견된 재벌 비리 금액으로는 최대 규모”라고 밝혔다. 신 회장의 구속 여부는 28일 오전 10시 반 서울중앙지법의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날 밤 늦게 결정된다.

○ 신동빈, 경영권 고지 놓고 ‘공짜 급여’ 비리 공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조재빈)가 신 회장에게 적용한 횡령 혐의는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62)에게 400억 원대, 신격호 총괄회장(94)와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 씨(57)와 그의 딸 신유미 씨(33) 등에게 100억 원대 ‘공짜 급여’를 지급한 것이다. 그 역시 일본롯데에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임원으로 등재돼 120억 원대의 공짜 급여를 받았지만 관할권이 없어 처벌 대상에서는 제외된 상태다.

 검찰 수사 결과 영장 혐의에 포함된 공짜 급여를 제외하고도 최근 10년간 신 총괄회장 일가가 롯데에서 받아간 급여(배당금 제외)는 무려 2100억 원대로 파악됐다. 특히 검찰이 신 회장에게 횡령 혐의를 적용한 기간에 급여를 받아간 신동주 신유미 서미경 씨는 한국에 입국한 기록이 없고 이들도 별다른 일을 하지 않은 점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그룹 정책본부가 각급 계열사에 이들의 급여를 지정해 통보하면 계열사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구조로 드러났다.

 신 회장은 금융시스템 제공 계열사인 롯데피에스넷이 심각한 경영 부실에 빠지자 계열사를 동원하다 480억 원대의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역시 신 회장이 유통 중심의 ‘아버지 롯데’와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주력 사업으로 추진한 롯데피에스넷의 부실이 아버지에게 보고되거나 경영권 승계의 부정적 이슈로 거론되는 것을 우려해 계열사를 무리하게 동원한 단서를 여럿 확보했다. 신 회장은 일부 주주가 롯데피에스넷의 유상증자에 반대하고 나서자 자신의 경영 손실을 숨기기 위해 계열사를 통해 휴지 조각에 불과한 해당 주주의 주식을 90억 원에 사들였다. 신 회장은 아버지의 감시가 사실상 무력화된 최근에는 롯데피에스넷의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상태다.

 신 회장이 롯데시네마 내 매점 등 알짜 사업인 ‘팝콘 비즈니스’를 서 씨 등 총수 일가 구성원에게 불법 임대하고 일감을 몰아줘 770억 원대의 수익을 챙겨준 혐의(배임)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신영자 씨와 신유미 씨에게 경영권을 주지는 않았지만 이런 이권을 줬고, 신 회장 역시 잠재적 상속권자이던 이들을 달래고 우호적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익이 되니 이를 알고서도 실행했다는 것이다. 결국 경영권을 놓고 오너 일가가 각자 셈법에 골몰하는 동안 재계 5위 기업집단에서 여러 비리가 자행됐다는 결론이다.

○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아버지 밑에서 비리 발생

 신 회장에게 적용된 횡령 배임 혐의는 절대 권력을 갖고 두 아들 중 어느 누구에게도 완벽하게 손을 들어주지 않던 신 총괄회장의 경영 방침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신 회장과 친형 신 전 부회장은 1997년부터 각각 한국과 일본 롯데 경영을 맡은 뒤 경영권을 놓고 경쟁과 대립을 거듭했다. 신 총괄회장은 딸이나 사실혼 관계인 서 씨에게는 롯데의 경영권을 물려주지는 않으면서도 그룹의 각종 이익과 지분을 안겨 줬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신영자 씨와 서 씨 모녀에게 증여하면서도 자필로 “(추후) 경영권 행사는 내가 한다” “후계자가 결정되면 이 지분을 적정한 가격에 매각한다”라는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신 총괄회장이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지 않은 채 판단이 어려워졌고, 갈등을 조정할 절대자가 없어진 사이 지난해 ‘형제의 난’으로 이어졌다는 게 검찰의 결론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26일 신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안타깝게 생각한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성실히 소명한 후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신 회장을 포함해 롯데 오너 5명 전원이 기소될 위기에 처하자 일선 직원들도 동요하고 있다. 롯데의 한 직원은 “그동안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심지어 회장이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니 일이 손에 안 잡힌다”라며 답답해했다. 롯데는 신 회장이 구속되면 창립 69년 만에 초유의 경영 공백 위기를 맞게 된다. 한 관계자는 “경영 공백에 대한 가정은 해봤지만 실감은 못 했던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장관석 jks@donga.com·김현수·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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