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캐피털 가계대출 50조 넘었다

김상훈 기자 2016. 9. 23.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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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대출 조이자 '풍선효과'..카드대란 후 13년만에 처음, 분양권 계약금 대출 크게 늘어.."2금융도 DTI 적용" 목소리
신용카드·캐피털 등 여신전문회사의 가계대출이 급증해 50조원을 넘어섰다. 카드대란이 발생한 지난 2003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가계가 빚에 둔감해진데다 은행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가 저축은행 등 예금기관을 넘어 여신사 고금리 대출까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2·4분기 여신전문회사의 가계대출(할부 등 판매신용 제외) 규모는 51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5% 증가했다. 여신전문회사란 카드사나 할부판매 등을 취급하는 캐피털사를 말한다.

이들 기관의 가계대출 규모가 50조원을 돌파한 것은 카드대란이 일었던 2003년 1·4분기(54조6,000억원) 이후 13년3개월 만이다. 당시 무분별한 신용카드 발급으로 카드론·현금서비스 등을 돌려막다가 신용유의자(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우리 경제는 전분기 대비 0.7%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이후 22조원(2005년 3·4분기)까지 줄었던 카드·캐피털사의 가계대출은 다시 반등해 2012년 40조원을 돌파했고 올 들어 가파르게 늘더니 결국 50조원도 넘어섰다.

최근 들어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해만 해도 전년동기 대비 5~6%였던 카드·캐피털사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1·4분기 10.8%, 2·4분기 12.5%까지 폭이 커졌다. 이는 2·4분기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 가계대출) 증가율인 15.5%보다는 낮지만 은행의 신용대출 증가세(7.5%)를 크게 앞지르는 수준이다.

증가액으로 봐도 2·4분기(2조1,000억원)는 금융위기 이전 높은 성장세를 구가했던 2007년 4·4분기(2조2,000억원) 이후 8년6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2·4분기 저축은행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면서 가려졌지만 카드론 등 여신전문회사 대출도 우려스러울 만큼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저금리 시대에 연 15~20%의 이자를 부담해야 하는 여신전문회사의 고금리 대출이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은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억제책에 따라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풍선효과’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소득 심사를 강화하는 여신심사선진화 가이드라인을 지난 2월 수도권, 5월부터는 비수도권까지 적용했다. 정부가 은행의 돈줄을 죄자 불씨는 비은행권으로 넘어갔다. 2·4분기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분기 대비 10조4,000억원 늘어 사상 최대 증가액을 기록했다.

문제는 풍선효과가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으로 그치지 않고 카드사 등의 고금리 상품인 카드론까지 확산된 것이다. 초단기 대출상품인 현금서비스와 달리 카드론은 만기가 1~2년으로 상대적으로 길고 금리 또한 10% 후반에서 20% 초중반으로 현금서비스에 비해 낮다.

신용카드사의 한 관계자는 “은행 대출은 신청과 심사를 거쳐 대출까지 허들이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카드론은 기존 카드 이용고객의 거래현황 등을 고려해 이미 정해진 한도만큼 쉽게 받을 수 있다”며 “카드론이 느는 것은 가계가 은행권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이 턱밑까지 차올랐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쏟아지는 물량으로 불이 붙은 분양권시장의 계약금 대출 수요가 여신전문회사 대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2014년 수도권 아파트의 전매제한을 민간택지 6개월, 공공택지 1년으로 각각 대폭 완화한 바 있다. 정부 가계부채 태스크포스(TF)의 한 관계자는 “최근 여신전문회사 대출이 급증한 가장 큰 원인은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 이후 시장에 쏟아지는 분양권 물량과 새로 분양되는 아파트에 투자하려는 이들의 계약금 대출 증가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 거래량 74만1,603건 가운데 분양권 거래 비중은 28.3%(20만6,890건)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주택 거래량이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던 지난해 상반기의 24.5%보다 3.8%포인트 높다. 아파트가 채 지어지기도 전에 손바뀜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은 계약금 대출 수요가 덩달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제2금융권에도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하는 등 미시적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2금융권 가계부채는 생계형이기도 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제1금융권 규제가 강하기 때문에 늘어나고 있는데 금리가 높은 만큼 제2금융권 대출이 증가하는 것은 가계부채의 질이 좋지 않아진다는 의미”라며 “제2금융권에도 DTI를 적용하거나 재건축 중도금 대출을 규제하는 등 2금융을 넘어 대부업체에서까지 가계부채 풍선효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미시적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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