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1등에 취했을 때, 중국·일본은 군살 뺐다
국제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인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 전체 수주 잔량(2470만CGT·CGT는 표준화물환산 톤수)은 2011년(4357만CGT) 대비 43.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국(-39.2%)이나 일본(-1.8%)보다 감소 폭이 크다.
덕분에 이마바리조선은 수주 잔량이 5년간 140% 이상 늘었다(666만CGT). 5년 전 8위였던 이마바리조선은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3위까지 뛰어올랐다. 2013년 설립된 재팬머린유나이티드(JMU)도 수주 잔량 266만CGT로 9위에 신규 진입했다. 장대준 KAIST 해양시스템공학전공 교수는 “일본은 자국 내에서 해운-조선-철강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했다. 자국 해운사가 자국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면 자국에서 생산한 후판으로 배를 건조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한 “중국은 국가가 정책적으로 선박 금융을 지원해 선박 발주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며 한국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반면에 국내 조선사는 일감이 빠르게 줄었다. 5년 전만 해도 ‘톱 15’ 중 8개를 휩쓸었던 한국 기업 중 3개(한진중공업·성동조선·SPP조선)가 15위 밖으로 이탈했다. 국내 8개사 모두 지난 5년 동안 수주잔량이 13~93% 감소했다.
같은 불황에 유독 한국 조선업이 더 위축된 이유로 전문가들은 두 가지를 꼽는다. 첫째로 구조조정 시점을 놓쳤다. 중국·일본이 수년 전 구조조정을 시작한 데 비해 한국은 최근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다는 게 한순흥 KAIST 해양시스템공학전공 교수의 지적이다. 또 전방산업인 해운업과 연계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다. 한 교수는 “일본과 중국은 공통적으로 조선+해운업을 일괄적으로 구조조정하는 위원회를 중심으로 지난 수년 동안 최상위 조선사 경쟁력을 키웠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해운업과 별개로 구조조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중견 선사 자리는 유럽 선사가 대체했다. 5년 전만 해도 수주 잔량이 수십만 CGT에 불과했던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233만CGT·11위)와 독일의 메이어조선(221만CGT·14위)이 톱15에 진입했다. 이승준 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는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자국 조선업 육성을 위해 자국 조선사에 중형 컨테이너선 등을 대거 발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클라크슨리서치가 발표한 8월 수주 잔량에서 한국 조선사 수주 잔량은 2331만CGT로 1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 조선사 수주 잔량은 2196만CGT로 우리나라와 불과 134만CGT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장대준 교수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한진해운 선박이 매물로 나오면 국내 새 배 발주가 더 감소할 수 있다”며 “연말쯤이면 한국 조선 수주 잔량은 일본에 밀려 3위로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수주 잔량 감소가 길게 보면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승준 교수는 “선가가 바닥인 상황에서 선박을 많이 수주하면 향후 손실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며 “수주 감소에 연연하지 말고 고강도 구조조정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 '中 혁신 심장' 텐센트 심야습격···젊은 직원들 충격
▶ 평양 달리는 車도 격추···'北 기겁' B-1B 또 온다
▶ 도올 "'통일이 대박' 대통령이 구사할 어휘 아니다"
▶ 잉꼬 '브란젤리나' 이혼···부부사이 멀어진 계기는
▶ 치킨 나눠주던 청년이…'뉴욕 테러범' 부인 임신후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