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한진해운, 재무제표에 징후 보였다?

최병철 2016. 9. 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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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여 회계하라-24]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고, 무역량의 대부분이 선박을 통해 움직이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는 일개 해운회사의 위기가 아닌, 국가경제 전체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불과 1년 전인 2015년 상반기에만 해도 한진해운은 주식시장에서 '상반기 필수 쇼핑 종목'이라는 수식어가 붙던 인기 주식이었다. 모 증권사에서는 목표주가를 1만5000원으로 잡기도 했었다.
한진해운 주가추이, 2014년 말부터 2015년 4월까지 2배 가까이 주가가 상승하였다.

주가도 애널리스트들의 호평을 받으며 꽤 높이 올라갔다. 그런데 어떻게 단 1년만에 증권가에서 '매수' 의견을 받으며 주목받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했을까?

1. 애널리스트의 콜을 받으며, 주가가 올랐던 이유

 한진해운의 2010년(2기)부터 2013년(5기)까지의 실적 추이를 살펴보자. 2010년만 해도 한진해운은 6769억원의 영업이익, 3354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던 우량기업이었다. 그런데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큰 금액의 적자로 전환하며 실적 부진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데 회사의 매출액은 2013년까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결국 한진해운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한 이유는 매출액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비용 증가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2011년부터 치솟은 유가에 의해 해운회사가 지출해야 하는 선박유(벙커C유) 구입 및 사용액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서 원유를 정제하여 사용하는 선박유의 가격도 올랐고 더불어 정유사들이 높은 부가가치의 석유제품을 산출하기 위해 고도화설비율을 높이면서 벙커C유(질 낮은 중질유) 값은 휘발유(질이 좋은 경질유) 가격을 초과하는 기현상이 생겼다. 따라서 2기(2010년)에 비해 3기(2011년)에는 벙커C유 매입액이 약 5733억원 증가하게 된다. 매출액이 감소하지 않아도 회사가 투입하는 비용이 5733억 늘어나면서 이익이 감소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2011년에는 해운운임(컨테이너를 운송하고 받는 금액)도 낮았기에 대규모의 적자가 나타났던 것이다. 4기(2012년), 5기(2013)로 가면서 운임은 다소 회복되었지만 여전히 높은 유가와 비싼 가격(용선료)에 빌린 선박에 의해 이익이 나긴 어려운 상태였다.

 그런데 2014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유가 하락으로 인하여 해운회사들에 숨통이 트이기 시작했다. 2013년 약 1조9000억원 정도의 벙커C유를 매입했던 한진해운은 2014년 유가 하락 및 환율 하락 효과로 연료비용을 1조2842억원으로 급격히 낮추었고, 피나는 선대 축소 노력과 원가절감, 유가 하락에 힘입어 4년 만에 영업이익을 흑자로 바꿔놓게 된다. 2014년 영업이익은 금융비용(3706억원)을 내기에는 부족한 금액이었고, 선박을 처분하면서 발생한 유형자산처분손실(선박) 때문에 최종적으로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긴 했으나 유가는 더욱더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었고 한진해운의 비용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박유 가격의 하락이 한진해운의 2015년 실적을 더 개선시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팽배했다.

 실제로 2015년 유례없는 저유가로 2014년 대비 유류구입비는 5500억원 이상 감소하면서 원가절감 효과를 달성한다. 해운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도 대규모 구조조정 성공, 유가 하락, 영업이익의 흑자전환 등으로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면 한진해운의 실적은 대규모 흑자가 날 것이라 예상한 듯하다.

 예상대로 한진해운은 원가절감 효과에 힘입어 7기(2015년) 6개월간 2142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면서 순항을 한다. 여기에 해운업 계절적 성수기인 3분기(7~9월)를 앞두고 있고 유가는 끊임없이 떨어지고 있었으니 한진해운의 실적은 더욱 개선될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2. 급격한 실적하락과 주가하락, 그리고 법정관리까지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해운회사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하나를 간과하고 있었다. 그것은 운임이었다. 한진해운이 2015년 엄청난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는 가정은, 과거의 운임지수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는 가정하에 유가 하락 효과 정도를 반영하여 계산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체 해운운임지수가 없기에 거리상 가깝고 무역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운임지수를 참고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2015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하락한 운임지수가 보이시는가?

 이는 중국 전체 운임지수여서 트렌드를 늦게 반영한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더욱 시황에 민감하게 움직이는데, 더 가파르게 하락하였다. 이제 왜 2015년 2분기까지 영업이익이 잘 나던 한진해운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급격히 감소하게 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8기 반기) 역시 전년도(7기 반기)보다 하락한 운임 때문에 매출액 감소와 영업이익 적자전환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 한진해운의 위기를 직감했어야 하나. 운임 하락이 시작되는 2015년 2분기부터는 한진해운이 위기에 빠질 것을 직감했어야 한다. 한진해운의 재무적 안정성을 점검해보자. 2015년 반기, 즉 작년 6월 말을 보면 한진해운은 1년 내로 상환해야 할 부채(유동부채)만 약 3조9500억원에 달한다. 그런데 그 유동부채를 상환할 여유 재원인 유동자산(현금화 쉬운 자산)은 1조3600억원에 불과하다. 일단 보유한 유동성으로는 상환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 또한 3조9500억원의 단기에 상환해야 할 부채가 매입채무 등 상거래 채무(거래처에 지급해야 할 돈)만 8363억원, 차입금(원금상환 의무가 있는 금융권 부채)만 3조원으로 모두 일정 기간 내에 현금으로 상환해야 할 돈이다.

 엄청난 이익이 나도 이 부채를 상환할 여력이 될지 모르는 상태인데, 하물며 2분기부터 컨테이너 운임은 본격적으로 하락했다. 아무리 유가가 낮아도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운임 수준에 이른 것이다(한진해운의 실적이 운임 변동에 민감하게 따라 움직였음을 독자 여러분이 직접 확인해 보시라). 회사에 적자가 나면 그 금액은 결손금에 누적된다. 한진해운의 자본금은 1조2263억원, 그런데 자본총액은 9461억원밖에 되지 않는다. 결손금이 너무 많아 이미 자본금조차 상당 부분 까먹었다. 이를 '자본잠식'이라고 부른다. 단기적으로 상환해야 할 부채를 감당할 수 없으며, 운임 수준은 초저유가에도 적자가 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미 누적 적자로 자본금의 상당 부분을 까먹은 '자본잠식' 상황. 어떻게 될 수밖에 없는가?

 갑자기 돈 많은 구세주가 나타나서 수조 원을 유상증자해주거나, 대형 은행이 국민의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 수조 원을 초장기로 빌려주지 않는 한 향후 적자로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자본은 더욱 잠식되어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는가? 간단하게 한진해운의 재무제표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운임지수 정도만 확인해도 누구나 쉽게 직감할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한진해운 측도 해운업 불황, 운임의 하락, 유가의 폭등(2011~2013년)을 예측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겐 재무제표와 사업보고서라는 무기가 있고, 특정 산업의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지표를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진 못했어도 변화하는 상황을 빠르게 캐치하여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을 것이다.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였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자본력이 넉넉한 금융투자자는 한진해운을 공매도하여 수익을 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과 노력은 투자자에게만 필요한가? 수천억, 수조 원의 돈을 기업에 빌려주는 은행 여신 담당자의 적극적인 기업진단, 이 회사는 위험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있는 기업분석가의 경고, 그리고 위험을 대중과 당국에 알려 선제적 조치를 취하게 할 수 있는 언론이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최병철 파인트리컨설팅 대표회계사
[최병철 파인트리컨설팅 대표회계사]

*삼일회계법인에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파인트리컨설팅(주) 대표회계사를 맡고 있고 증권사, 기업인, 법조인, 언론인들에게 회계 및 재무제표 교육을 하고 있으며 자본시장과 회계감사 연구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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