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S토리] 신용 한파에 '건설 빙하기' 오나

김노향 기자 2016. 8. 2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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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잇단 강등에 현금흐름 ‘빨간불’

3대 국제신용평가사 중 한곳인 무디스가 지난 18일 한국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무디스가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분석해 작성한 신용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1~8월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은 전년동기대비 45% 급감한 170억달러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래 최저 수준이다.

올 초 한국신용평가도 시공능력 상위 건설사 중 6곳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국내 주택사업의 이익으로 해외 손실을 메우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사의 신용 한파가 계속될 경우 현금흐름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들은 차환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싱가포르 건설현장. /사진=머니투데이DB

◆신용 한파 이유는 ‘해외사업’ 부진

무디스 보고서는 건설사의 기존 수주잔고가 앞으로 2~3년은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만 1~2년 후엔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사의 해외수주가 줄어든 원인은 최근 몇년 동안 지속된 국제유가 하락으로 중동 경기가 부진하면서 발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물량은 47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3%, 2014년 상반기 대비 81% 급감했다.

이 상황은 건설사의 신용등급에 즉각 반영됐다. 한국신용평가가 지난해 정기신용평가 후 올 초 발표한 신용등급 보고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강등한 건설사는 포스코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SK건설, KCC건설, 한화건설 등이다. 시공능력 상위 15개 건설사의 40%에 이른다.

한국신용평가는 비그룹 건설사의 신용등급이 더 큰 영향을 받겠지만 그룹소속 건설사들도 계열사 지원 중단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올해 말 예정된 정기신용평가도 긍정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 류종하 한국신용평가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을 제외한 대부분의 건설사가 해외에서 저조한 수익성을 보였고 2014~2015년 주택사업 실적으로 해외 손실을 메우는 상황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시공사가 발주처에 공사비를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도 국내 건설사의 부담이다. 류 애널리스트는 “해외 미청구공사 부담이 과중한 수준이고 최근에는 국내 주택경기도 대출규제로 인한 리스크가 커 수익성이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즉 신용등급이 상승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나이스신용평가도 올해 포럼에서 건설사의 국내·해외사업이 모두 부진해 신용등급 하향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준공 지연 프로젝트의 추가손실과 미청구공사의 공사비 회수 가능성, 국내의 경우 대출규제로 인한 아파트 잔금 연체와 미입주 사태를 감안할 때 리스크가 크다는 진단이다.

또한 건설공제조합은 최근 발표한 올해 정기신용평가에서 7000여개 건설사 중 신용등급 B그룹의 비중이 전년대비 5.1%포인트 증가한 29%라고 밝혔다. 반면 A그룹에서는 신용등급이 하락한 곳이 있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중소건설사의 신용등급은 전반적으로 상승했으나 상위등급에선 하락한 곳이 있다”고 밝혔다.

◆얼어붙은 회사채시장

상황이 이렇다보니 머지않아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건설사들은 채무상환이 쉽지 않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올해 말 10대 건설사의 회사채 만기금액은 9800억원에 달한다. 하반기 롯데건설(2900억원), 삼성물산(2500억원), 대우건설(2000억원), 현대건설(1100억원) 등은 1000억원 이상의 회사채가 만기된다. 현대산업개발과 SK건설도 마찬가지다.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현대건설은 내년 1분기 회사채 만기가 또 닥친다.

그러나 신용등급이 불안한 건설사들은 차환 대신 사옥 등 보유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실제 포스코건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사옥 매각을 추진한다. 포스코건설은 회사채시장에서 2014년 6월을 끝으로 2년 넘게 자금을 조달하지 못했다. 이 기간 동안 80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왔고 차환이 불가능해 현금으로 상환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포스코건설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하향조정했다.

중소건설사의 자금사정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건설공제조합은 중소건설사의 대출을 확대하는 등 신용 침체에 적극 대비하는 모습이다. 담보대출 한도를 8800억원까지 늘리고 조합원별 한도를 담보금액 기준으로 최대 500억원 책정했다.

이런 분위기가 건설업계 전체에 번지며 신용등급이 좋은 건설사의 회사채시장도 얼어붙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떨어진 건설사의 차환이 어려워지고 만기연장을 요청하거나 보유자금으로 빚을 상환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분석했다.

만약 건설사들이 이처럼 차환 대신 보유자금이나 은행대출로 빚을 상환할 경우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은행대출 등 자금조달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자금난과 재무구조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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