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진해운 채권단 "자구안, 4000억원만 인정..조양호 사재출연도 규모 없어"

김형민 기자 2016. 8. 25.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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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위 해운사인 한진해운(117930)이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채권단에 제출한 추가 자구안의 규모가 5500억원 내외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그러나 이 내용 중 선박금융 인하, 가치가 떨어진 해외터미널 매각 등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은 부분들이 포함돼 있어 채권단은 최대 4000억원 정도만 인정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했다.

조선DB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출연과 관련해선 사재 출연을 할 수 있다는 문장만 담겼을 뿐, 정확한 규모는 나와 있지 않다고 채권단 측은 밝혔다. 유의미한 수준의 사재 출연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것이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 고위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제출한 추가 자구안이 채권단이 기대하던 규모에 미치지 못해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 “유상증자 4000억원만 인정 가능”

25일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한진해운이 제출한 자구안의 적정성 및 실현 가능성을 밤새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한진그룹이 제출한 자구안 규모 5500억원 중 약 4000억원만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된 4000억원은 모두 유상증자다.

채권단은 한진해운 자구안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돼 왔던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역시 사실상 실현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자구안에는 “그룹의 유동성 확보 규모(약 5500억원 내외)와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실행하고 난 뒤 추가적인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경우 ‘법과 제도가 허락하는 수준’에서 사재출연을 검토하겠다”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의 사재 출연 실행 전제조건을 ‘채권단 지원’에 둔 것은 사실상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현대상선 자구안과 같이 대주주의 정확한 출연 규모와 지분 감자 등의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던 유상증자 4000억원 역시 이사회 및 주주총회 통과가 불투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해운이 주주배정 방식으로 400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행하면 대한항공이 참여하는데, 대한항공의 주주들이 이를 용인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에서다.

주주총회는 물론이고 이사회 통과도 낙관할 수 없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대한항공 이사진은 현재도 한진해운 추가 지원에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내고 있다.

◆ 26일 채권단회의…법정관리 가능성 한층 높아져

산은이 기대했던 자구안 규모는 최소 7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 가량이다. 실제 접수된 규모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법정관리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원칙을 지키면서 해야 하는 것이 구조조정인 만큼, 당연히 법정관리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산은은 오는 26일 KEB하나·농협·우리·국민·부산은행 등 나머지 5곳의 채권단과 자구안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를 진행한다. 산은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자구안 수용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며 “주채권은행을 포함한 6곳의 채권은행이 모두 동의해야 자구안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자구안 규모를 발표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공식적인 자구안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입장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구안 규모가 채권단 요구 수준에 못 미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한진해운 직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한진해운 직원은 “그룹이 법정관리는 피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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