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X파일]'모두 비싸게 먹자?'..거꾸로 가는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

2016. 8. 20. 0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영화 기자]전기료 누진제 논란으로 가뜩이나 더위에 지친 국민들을 열받게 했던 박근혜 정부가 이번에는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로민심에 불을 질렀습니다. 

시장 유통질서를 바로잡는다는 취지로 지난 8일부터 시행된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는 ‘아통법’으로 불리며 국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습니다.

단통법(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맥통법’(수입맥주 할인제한), ‘책통법’(도서정가제)의 뒤를 이어 시장경제에 역행하는 박근혜표 ‘불통법’ 시리즈의 하나라는 것입니다.

이들 ‘○통법’의 공통점은 가격의 상향 평준화입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손’, 즉 가격에 의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한다는 시장경제에서 가격을 통일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며 또 가능한 걸까요? 자유 가격 체제의 시장경제에서 소수 공급자의 가격 담합을 감시하고 제재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담합을 주도하는 형국이니 욕을 먹는 것입니다.
 
물론 시장 독점을 위해 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히는 등의 경우에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으나 단통법 등의 사례는 그에 해당하는 경우가 아닐 것입니다.

지난 2014년 10월 가계통신비 절감과 통신시장 투명화 등을 위해 ‘지원금 상한제’를 골자로 시행된 단통법을 들여다볼까요?


단통법 시행 후 정부 통계 수치상 가계통신비는 줄고 있습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2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통신비 지출은 2014년 15만400원, 2015년 14만7700원, 2016년 1분기 14만5500원으로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이를 내세워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단통법 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 반응은 이와 다릅니다. 단통법의 지원금 규제 후 높아진 단말기 가격 탓에 교체 주기가 길어져 가계통신비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되지만, 매달 내는 통신서비스 요금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단말기를 더 비싸게 구입해 체감 통신비는 되레 상승했다는 겁니다.

이 와중에 단말기 업체들은 광고료와 마케팅비가 줄어 단통법으로 기업들의 배만 불렸다는 원성이 높은 게 현실입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어떤 제품을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게 불공평한 걸까요? 동일한 재화라도 함께 제공되는 서비스, 구매자의 노력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건 당연한 것입니다. 그럼 모두 비싸게 제품을 사서 기업에 막대한 이익이 돌아가는 것은 공평한가요?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도 시장과 따로 놀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열풍으로 단맛이 강한 아이스크림의 인기는 날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수요 변화를 감안하지 않은 가격 인상으로 제품의 질에는 별 차이가 없는데도 불과 몇년전 500원 하던 제품이 1000원을 훌쩍 넘어 2000원을 넘봅니다.

편의점ㆍ슈퍼마켓ㆍ대형 마트 등에서 아이스크림 할인 경쟁이 펼쳐지는 것은 곧 공급업자들이 매긴 아이스크림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얘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아이스크림 가격을 끌어올리니 소비자들의 반발을 사는 건 당연합니다.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가 시행되자 소비자들은 '비싸서 안사먹으면 그만’이라는 반응입니다. 대신 A사의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나 아이스커피 등을 사면으면 된다는 겁니다. 이러다보니 자연스레 시장에선 다시 아이스크림 할인이 재연될 조짐이라고 합니다.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가 또 ‘해프닝’에 그칠 공산이 커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살아있습니다. 아이스크림 가격도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합니다. 자유시장경제의 효용성은 ‘경쟁’에 있는데 이를 정부가 앞장서 가로막고 있습니다. 이러다 ‘옷통법’(옷가격 정찰제), ‘항통법’(항공료 정찰제), ‘호통법’(호텔 숙박료 정찰제)도 나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bettykim@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아이 영어글쓰기, 어떻게 교육하나요]
정형돈 측근 귀띔 "형돈이 최근 상태가…"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발연기 논란' 연기자 "이민에 자살생각까지"

내귀에 캔디 서장훈 “방송최초 집공개…‘깜짝’”
티파니 사태, 여혐 논란으로?…“여자라서 하차했다”
개그맨 이상준 인성 논란…사고 당한 야식 배달부 조롱?
피난길 북새통 방불케하는 ‘여성전용칸’ 쟁탈전…인도 여성들의 비애
아동 포르노 소지자 무더기 검거…전직 교사 포함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