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벼랑 끝 버티기.. 고개 드는 대마불사론

이성택 2016. 8. 20.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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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법정관리 위기.. 자금마련안 데드라인 임박

조양호 “4000억 이상은 못 낸다”

채권단 “추가지원 없다” 고수

“국내1위 무너지면 해운업 타격”

채권단에 추가지원 압박 목소리

최대 1조2,000억원의 부족 자금을 자체적으로 마련하라는 채권단 요구에 한진해운과 대주주인 한진그룹이 좀처럼 ‘더는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국내 1위 해운사 한진해운의 운명이 점점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필두로 한 채권단의 “더 내 놓으라”는 압박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휘하 한진해운의 “더 못 내놓겠다”는 기싸움이 지금처럼 지속될 경우, 국내 해운업계는 다시 한번 엄청난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19일 채권단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부족자금 마련 방안을 확정해 채권단에 제시해야 하는 마지노선은 길어야 내주 초까지다. 채권단과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시한(내달 4일) 전 최소한의 행정절차 등을 감안하면 내주 초도 촉박하다는 게 채권단 입장. 하지만 한진해운 측은 “채권단에선 19, 20일까지를 말하고 있지만 반드시 지켜야 할 데드라인은 아니다”며 자구안 제출시점을 놓고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자산매각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돈을 7,000억원 정도로 추산한다. 내년 상반기까지 예상되는 한진해운 부족자금은 용선료 인하협상 성공을 전제로 해도 1조~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일단 용선료 인하협상은 현대상선의 성공 사례가 있는 만큼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한진해운은 또 선박금융 채무상환 유예라는 채권단조차 예상 못했던 돌파구도 찾았다. 해운사들은 은행 대출과 별도로 국내외 금융기관의 선박금융을 통해 선박 구입비를 조달하는데, 한진해운은 이런 대출금 가운데 5,000억원의 상환 시점을 미루기 위해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선박금융 채무상환 유예에 성공한다 해도 남은 부족자금은 여전히 5,000억~7,000억원에 달한다. 한진해운은 이 가운데 4,000억원 정도는 한진그룹의 지원 등으로 마련해 볼테니 나머지 1,000억~3,000억원은 채권단이 추가로 지원해 달라는 입장이다. 한진 측은 이날도 “한진해운의 영업ㆍ상표권까지 매각하는 등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다. 더는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여전히 ‘추가자금 지원은 없다’는 원칙을 고수 중이다. ▦이미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된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에 더는 세금을 들이기 어렵고 ▦추가지원을 할 경우 공적자금 투입 없이 회생에 성공한 현대상선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의견 대립이 내달 4일까지 이어질 경우 한진해운은 결국 채무상환 압박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한진그룹이 계속 버티는 배경을 놓고도 추측이 분분하다. ▦한진해운을 살리고는 싶지만 그룹 차원에서 처분할 자산이 거의 남지 않아 포기한 경우 ▦내다 팔 자산은 있지만 여론 전환을 기대하며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경우 ▦향후 해운업황 등을 감안해 한진해운을 더는 안고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경우 등이다.

최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불사하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최근 채권단 내부에선 이 가운데 벼랑 끝 전술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담은 되겠지만 그룹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키면 1,000~3,000억원 정도는 추가로 마련하지 못하겠냐”(채권단 관계자)는 관측에서다.

채권단 고위 채널에 ‘구명 압력’이 반복되는 등 한편에선 ‘대마불사론’도 고개를 들 조짐을 보인다. 국내 1위 해운사를 이렇게 사장시킬 경우 파장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게 이런 주장의 근거다. 선주협회 관계자는 “덴마크 정부의 머스크 지원, 독일의 하팍로이드 지원과 달리 한국은 대형선사가 무너져도 나 몰라라 한다는 인식이 퍼지면 국내외 화주들도 중장기적으로 국내 선사에 등을 돌리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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