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은·수은, 대우조선 여신건전성 '요주의'로 강등 검토

김형민 기자 2016. 8. 1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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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042660)에 대한 여신건전성 분류 등급을 한 단계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대우조선해양이 올 2분기 완전자본잠식 상황에 빠진 데 따른 것이다.

조선DB

19일 국책은행 관계자는 “현재 정상으로 분류돼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여신건전성 등급에 대해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2분기 실적에서도 막대한 적자를 기록했고 소난골 등 향후 영업활동의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대우조선해양을 계속해서 정상으로 분류할 수 있는 기반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여신건전성을 하향 조정할 경우 충당금 반영 규모가 달라져 은행별 2분기 실적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산은, 5000억원 넘게 충당금 쌓을 듯

국민, 신한, 농협, 하나 등 시중은행들은 지난 6월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건전성을 요주의로 하향 조정해 많게는 1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다.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에 따라 여신 건전성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나눈다. ‘정상’은 대출자산에 대한 충당금을 대출금의 0.85%만 쌓으면 되지만, ‘요주의’로 분류하면 7~19%로 충당금 적립을 늘려야 한다.

국책은행은 여전히 대우조선해양의 여신 건전성을 정상으로 분류하고 있었다. 만약 국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요주의 등으로 하향조정하게 되면, 충당금 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대우조선해양 해외 영업 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정상기업’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던 산은과 수은이 여신건전성 등급 강등을 고민하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이 상반기 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는 등 생각보다 부실 규모가 커진 영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완전자본잠식인 기업을 ‘정상’으로 분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보통의 경우 은행 내규에 자본잠식 규모에 따라 여신건전성을 하향 조정하는 내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두 국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여신건전성 분류를 하향 조정하면 두 곳 모두 약 5000억원 안팎의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다만 수은의 경우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총위험노출액(익스포져) 대부분이 환급보증(RG)이라 충당금 적립 규모를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전례를 보면 RG는 통상 다른 부채와 비교해 50% 정도만 충당금을 쌓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단독] 정부, “産銀 대우조선 충당금 5000억원 더 쌓아라” 압박<2016.7.28>[단독] 수출입은행, 대우조선해양 신용등급 2단계 강등한다<2016.7.1>

이동걸 산은 회장도 앞서 여러 차례에 걸쳐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여신 건전성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 16일 오후 기자실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대우조선을 요주의로 내리면 수주활동에 엄청난 장애가 온다”면서 “국책은행의 숙명적 한계가 거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책은행으로서 산은의 공신력을 생각해 며칠간 고민을 좀 해야할 것 같다”는 등 여신건전성 재분류를 암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졌고 연말까지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하지 않을 경우 상장폐지 우려까지 있는 상황에서 두 국책은행의 정상 분류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두 국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의 여신건전성 분류를 이달 중 확정할 것이란 방침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달 안에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신용등급 조정을 통해 충당금 규모를 확정하고 상반기 결산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금융감독원이 주관하는 신용위험평가에서도 정상등급인 B등급으로 분류돼 다른 기업들과 형평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와 관련해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별도의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신용위험평가 시스템을 통해 구조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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