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파문속 한·일 재무회담..'통화스와프 재개' 힘 받는다

이태규 기자 입력 2016. 8. 17.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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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7일 만남서 제의 가능성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냉랭해진 틈을 타 평소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이 오는 27일 서울에서 열리는 양국 재무장관회담에서 통화스와프를 제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은 한일위안부재단(화해·치유재단)에 10억엔(약 108억원)을 신속히 출연하겠다고 밝히는 등 한국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어색해지면서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가능성이 이전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양국 재무당국은 막판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 실무 차원에서 스와프와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치적 논리로 결정된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전언이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과 미국·일본’의 대립구도에서 줄타기를 해왔다.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일본에 손을 뻗으면서도 한중 경제의 밀접한 관계를 고려해 중국과도 가깝게 지냈다. 하지만 사드 배치로 구도가 깨졌다. 중국은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중국은 사드 배치를 수수방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때문에 한류 문화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고 중국 비자 발급도 까다로워진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한중 관계가 냉랭한 이때 평소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욕이 강한 일본이 우리나라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최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위안화 굴기 등으로 동북아에서 세를 불리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한국 만한 우군이 없다.

실제 일본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통화스와프를 활용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에 참여한 한 외환당국 관계자는 “일본은 한국과의 통화스와프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한국과 중국이 스와프 규모를 3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는 정보를 듣고 180도 태도가 달라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소 다로 당시 일본 총리(현 재무상)가 한중 통화스와프 규모에 단 1달러도 모자라지 않게 한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안다”며 “금융위기가 극에 달했던 당시 스와프는 큰 의미를 지녔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스와프만 체결되면 한중 관계가 밀착돼 동북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너무 세질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한중일 정상은 2008년 12월 후쿠오카에서 열린 3국 정상회담에서 한중, 한일 통화스와프를 각각 30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했다.

☞4면에서 계속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 불상 반환 조건으로 내걸 가능성

경제적 측면에서만 본다면 일본과의 통화스와프는 우리 외환시장 안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본은 달러를 찍어내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맺고 있다. 일본과의 스와프는 금융시장 불안의 든든한 방패막이다. 일본 역시 야심 차게 발표한 경기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치며 시장이 출렁이고 있어 한국과의 스와프가 도움이 된다.

다만 일본이 스와프 체결의 부수조건으로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우리는 2013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태 이후 주변 8개 현에서 나오는 수산물 수입을 막고 있다. 일본은 “근거 없는 수입규제”라며 지난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우리를 제소한 상태다. 일본은 이번 양국 재무장관회담에서 수산물 수입 재개를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인 절도범들이 일본에서 훔쳐온 불상 반환 문제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절도범들은 대마도에서 14세기 고려 관세음보살좌상, 통일신라 여래입상을 훔쳐와 이후 한국 정부에 압수됐다. 이 중 여래입상은 반출경로와 국내 소장처가 확인되지 않아 지난해 7월 원래 소장처인 가이진진사로 이전됐다. 반면 관세음보살좌상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이에 기재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일본과의 스와프 재개는 외환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만 얼어붙은 한중 관계에 쐐기를 박을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할 경우 국민들의 반발이 일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리는 한일 재무장관회담에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최상목 1차관, 송언석 2차관, 각 분야 차관보, 주요 분야 국장들이 모두 참석한다. 일본도 아소 다로 재무상을 비롯해 기재부 카운터파트너들이 참석해 30여명에 달하는 일본 재무성 인사들이 대거 방한할 예정이다. 한일 통화스와프는 지난해 2월 100억달러 규모의 만기 종료를 앞두고 일본이 “공식 요청하면 연장을 검토할 것”이라고 한 반면 한국은 “굳이 숙이고 들어갈 필요가 없다”고 자존심 싸움을 벌인 끝에 소멸됐다.

/세종=이태규·구경우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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