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은, 대우조선 부실 눈감고.."빚 회수말라" 은행 압박

CBS노컷뉴스 신동진 기자 2016. 8. 12.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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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채권은행,채권단 전방위적 압박.."기한이익 상실처리 하지마" 으름장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라는 각본을 미리 짜놓고 일사천리로 회사회생방안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채권은행들에게는 빚을 회수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에 대한 부실대응이 조선위기를 겉잡을 수 없이 키웠고 시중은행의 동반부실까지 불렀다는 점에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산업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의원이 입수한 산업은행 내부문건 '대우조선해양(주) 경영정상화 추진 관련 협조 요청'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해 8월 4일 국민, 기업, 농협, 신한, 우리, 하나은행 등 대우조선해양 채권은행 여신 담당 부서장을 자사 회의실로 불러모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산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방안 발표가 있기 약 석 달 전이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상반기에 3조2000억 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해 회사가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채권은행들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기존 여신 상환 유예'에 대해 산은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소집 2주뒤인 8월 17일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대한 '기한이익 상실사유'가 발생했는데, 대우조선해양은 상반기 결산기준 부채비율이 500%를 초과해 외견상 자력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기한이익 상실이란, 금융기관이 채무자의 신용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하면 대출만기 이전에라도 남은 채무를 일시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이에따라 산은은 다음 시나리오에 착수했다. 산은은 8월 25일~27일까지 3일 동안 채권 보유사들에 일제히 공문을 돌리기 시작했다.

8월 25일에는 서울보증보험과 한국방위산업진흥회장를 수신자로, 26일에는 신협중앙회장과 중소기업중앙회장, KB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수신자로, 27일에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채권운용실장 경유)을 수신자로 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추진 관련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이 발송됐다.

주요내용은 이렇다. "당행(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지원하고 2015년 중 예상되는 유동성 부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신규 수주 선박에 대한 RG(선수금환급보증) 발급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필요한 경우 자본확충도 추진할 계획이다"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특히 산업은행은 돈을 빼지 못하도록 채권금융기관에 압박을 가한 내용은 노골적이다. "귀사가 보유한 회사채 기한 이익 상실 시에는 대우조선해양이 발행한 타 회사채도 즉시 기한 이익이 상실돼 '경영정상화' 추진 및 채권금융기관의 협조가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귀사가 보유한 회사채의 상환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의 국민경제적 중요성과 귀사 보유 채권의 정상적인 상환을 위해 보유 회사채의 기한 이익을 유지해 달라" 등이다.

회사는 곪을대로 곪아 있었지만 산은 내부문서에는 일관되게 '경영정상화'란 단어가 들어가 산업은행은 회사상황 파악은 뒷전인채 정상화란 답을 정해놓고 일련의 대책을 진행하고 있었음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 여파로 농협은행 등 시중 은행은 부실 여신으로 대손충당금을 쌓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각본은 8월 25일자 대외비 문건에도 분명히 드러나 있다.

산업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
이 문건에는 "산은이 충분한 자본확충 방안을 추진해 재무구조 개선을 도모하겠다", "구체적인 자본확충 방식 및 규모는 실사 결과를 반영해 결정할 예정이다"는 등의 산은의 경영정상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드러나 있다.

이는 당시 정부의 대응이 썩은 부위를 도려내고 체질을 강화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든 돈을 쏟아부어 회사를 연명시키는데 있었음을 반증해준다. 산업은행의 당시 상황인식이 얼마나 엉터리였는 지 여실히 드러난다.

산업은행은 문건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회사 기술 및 생산 경쟁력을 고려할 때, 본연의 핵심 역량에 집중하게 되면 조기 정상화(Turn-Around)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은행의 금융거래가 기존대로 유지된다면, 연내 부족자금 대부분을 상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예측했다.

김해영 의원은 "산업은행의 채권은행 및 채권사 압박 과정은 지난해 7월 22일부터 진행된 삼정회계법인의 실사가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를 전제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부실화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묻지마식 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 대우조선은 더욱 곪게되고 그 파장은 금융기관과 근로자, 국가경제 전반에 까지 미치는 결과가 초래된 셈이다.

[CBS노컷뉴스 신동진 기자] sdjinny@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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