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깜빡이 모두 켜버린 이주열, 한은은 분명 비상이다
(서울=뉴스1) 정연주 기자 = 한국은행은 지금껏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문제를 더 키운다'는 우려가 컸지만 애써 외면했다. 금융감독당국의 지원 사격을 조금 더 믿었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문제에 직접 나서려면 방법은 사실상 하나뿐이다. 기준금리 인상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 상황과 전 세계 통화 당국의 움직임도 면밀히 살펴야 한다. 이런 혼란 상황에선 뭉쳐 있는 것이 그나마 위험을 줄이는 길이다. 혼자 다른 길로 접어들면 나락인지도 모른다.
전 세계 통화 당국이 비슷하겠지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통화정책의 한계를 여실히 느낀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회만 있으면 '구조개혁이 필요하고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거품을 문다. 하지만 '한은은 할 만큼 했으니 손을 떼겠다'고 차마 선을 긋지도 못한다. 11일, 8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그랬다.
이날 이주열 총재는 오랜만에 매(통화 긴축 선호)의 발톱을 드러냈다. 가계부채 위험을 강하게 경고했다. 최근 통화완화 부작용을 다룬 보고서가 한은에서 쏟아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이를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원활화'라고 설명하기까지 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것은 기준금리 하한에 대한 발언이었다. 그는 "통화 완화 기조로 금리가 하한에 가까워진 것은 사실이나 정책 여력을 소진한 것은 아니다"고 확신에 차 말했다. 가계부채 급증을 부채질할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열어뒀다.
그간 이 총재의 발언을 놓고 보면 그는 분명 매파다. 하지만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 대세를 거스르지도 않았다. 취임 당시만 해도 '금리 방향은 위'라 하고, 이후 인하만 다섯 번을 했다. 자가당착이다.
이번에도 속사정은 있다. 가계부채 문제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는 '악수'다. 통화량이 늘어도 소비가 늘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하지만 저물가 고착화는 금리 인하의 명분이다. 물가 안정은 한은의 존재 이유이자, 제1 목표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지연되면서 수출기업을 옥죌 원화 강세 우려도 불거졌다. 이 역시 금리 인하 명분이다.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언젠간 긴축 모드로 돌아설 글로벌 금융시장을 대비하기 위해선 올해 남은 4개월 동안 물가든, 성장이든 성과를 내야 한다. 시간은 조금 더 벌었지만, 정부는 엉덩이가 무겁다. 한은이 또 소년가장처럼 나서야 할 상황이 될 수 있다.
얼마 전 한은 고위 관계자는 기자에게 "금융안정의 책임까지 물으려면 수단을 같이 줘야 하지 않나, 그런데 수단이 없다"며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자니 한은은 뭐 하고 있느냐며 성화"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은의 모호한 전략이 패착이 되지 않으려면 시장의 신뢰가 필수다. 하지만 시장은 한은을 더는 믿지 않는다. 이 총재가 무슨 말을 해도 결국 금리 인하에 줄을 선다. 이날 이 총재의 "관계부처와 가계부채 문제에 관해 협의 중"이라는 발언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언짢은 반응을 보였다.
딜레마에 빠진 이주열 총재와 외면하는 시장. 평행선을 달리는 이 사태를 두고, 한은이 언제까지 직진만 할지 두고 볼 일이다. 이것이 한국은행이 비상(非常)인 이유다.
j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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