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절벽'에 떠는 기업들, 시중은행發 자금경색 확산되나

권화순|김하늬 기자|기자 2016. 7. 2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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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분식회계로 회계법인 제재 강화..시중은행, 반기보고서 확정되면 대출심사에 반영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하늬 기자] [대우조선 분식회계로 회계법인 제재 강화..시중은행, 반기보고서 확정되면 대출심사에 반영]

#. 경상남도에 위치한 발전플랜트용 보일러 제조사인 A사 대표는 다음달 중순 반기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그는 반기보고서 초안을 받고서 회계법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중이다. A사 대표는 “회계법인이 재무제표상 쌓아야 할 대손충당금이 늘었다고 했다”며 “안 그래도 지연되거나 멈춘 계약으로 불안한데 회계사까지 겁을 주니 밤잠을 설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손충당금이 급격히 늘어나면 순익이 급감할 수 있어서다. 사태가 심각해지면 대규모 이익이 손실로 전환되는 ‘회계절벽’ 사태까지 벌어진다.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논란이 거세지면서 조만간 반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업들이 ‘회계절벽’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8일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에 대해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회계감사가 깐깐해지면서 자칫 대손충당금 부담으로 기업 순익이 급감하는 회계절벽 사태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은행들이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여신심사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기업 자금경색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대형 회계법인, “기업부실 묵과 말라” 직원에 경고장=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한 대형 회계법인은 지난달 회계사에 대한 내부 단속에 나섰다. 이 회계법인 소속 한 회계사는 “기업부실을 묵과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한 차례 왔다”며 “회계법인들이 고객 기업의 의견을 무시할 순 없지만 조선, 철강 등 요주의 업종은 재무제표를 꼼꼼히 살피라는 주의”라고 말했다.

대우조선이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로 질타를 받자 최근 금융당국은 회계법인이 부실감사를 할 경우 제재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부실감사 책임이 있는 회계법인 대표는 직무정지, 공인회계사 등록 취소 등 제재를 받고 중간 감독자도 직무정지를 당하고 상장법인 감사업무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당장 오는 8월16일까지 반기보고서를 확정해야 하는 3000여곳의 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 제출 의무가 있는 기업들은 1~6월 실적을 6월말로부터 45일 안에 반기보고서를 확정해야 한다. 대부분 기업의 반기보고서 초안이 나온 가운데 회계법인의 감사가 깐깐해지면서 일부 기업은 최종안 확정을 두고 회계법인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말 결산까지 회계절벽 도미노 우려.. 은행도 여신심사 강화=반기보고서의 ‘회계절벽’ 가능성에 대해 시중은행들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은행들은 연간 1회씩 기업에 대한 내부 신용등급을 산정한 뒤 분기나 반기에 나오는 보고서를 토대로 대출 규모나 금리를 세부 조정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회계법인의 보수적인 회계와 경기침체가 맞물리면서 반기 결산시 일부 기업은 회계절벽 이슈가 튀어나올 수 있다”며 “반기보고서상에 기재된 ‘검토보고서’를 특히 유의해 지켜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모뉴엘 사태 이후 재무제표 허위기재로 인한 부실대출 문제가 커지자 매출거래처에 직접 전화해 매출채권이 실제 존재하는지 현장점검도 강화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 사태를 계기로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갑작스러운 실적 악화로 회계절벽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은행 여신심사가 강화되면 기업 전반의 신용경색 대란이 올 수 있다”며 “연착륙 방안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김하늬 기자 hone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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