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바닥난 한진해운..컨테이너값도 못냈다
해운사들은 일반적으로 컨테이너선에 실리는 컨테이너 박스를 국내외 리스 회사에서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 컨테이너 55만대를 운용하고 있는 한진해운은 이 중 21만대를 컨테이너 리스회사 7곳에서 빌려 쓰고 있다. 매달 리스비 100억원가량을 내고 있는데, 최근 유동성 위기 속에서 연체한 컨테이너 리스비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일부 연체가 되고 있지만 리스업체들과 해결책을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진해운에 컨테이너를 빌려준 한 리스업체 관계자도 "(연체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한진해운과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말로 컨테이너 리스료가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했다.
컨테이너 리스비 연체는 해운업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사례다. 일반적으로 매달 리스비를 정산하는데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시세로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박스 1대를 하루 동안 빌리는 금액은 300원 정도에 불과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큰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컨테이너 리스비까지 내지 못하는 일은 흔치 않다"며 "그러다 보니 컨테이너 리스비나 기름값이 연체되면 곧바로 차압이 들어온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 역시 "컨테이너 리스비는 용선료의 10~20%에 불과해 큰 금액은 아니지만 이것까지 연체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실상 운영자금이 완전히 말라버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6월을 넘기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이외에도 한진해운은 캐나다 선주 시스팬에 내야 하는 용선료 136억원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2000억원에 가까운 용선료도 연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족 자금을 감안해 한진해운은 지난 4월 말께 KDB산업은행에 자율협약을 내 터미널·사옥 매각 등으로 유동화 자금 4112억원을 마련하겠다는 자구안을 제출한 바 있다. 임원 임금을 삭감하고 구내식당을 없애는 등 마른 수건까지 짜냈지만 현재 확보한 현금은 1575억원에 불과하다. 설상가상으로 한진해운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 1158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분기 역시 적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최근 한진해운 신용등급을 기존 B-에서 CCC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외부에서 돈을 끌어오기도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한진해운은 용선료와 컨테이너 리스비 등 영업에 필요한 운영자금마저 연체하면서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였다. 용선료 협상, 사채 재조정 등 경영 정상화 과정을 밟기도 전에 유동성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그룹이나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다면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진해운 최대 선주 중 한 곳인 시스팬의 게리 왕 회장은 이날 조양호 한진 회장의 사재 출연을 직접 거론했다. 왕 회장은 최근 싱가포르 해운전문지와 인터뷰하면서 "경영권을 쥐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산업은행의 유동성 투입이 없다면 한진해운은 극심한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혜순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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