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사업분할 나선 삼성SDS..삼성물산 구하고 사업도 재편 '양수겸장'

김병수 2016. 6. 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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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의 3세 승계 과정에서 핵심으로 주목받던 삼성SDS가 회사 분할을 공식화하면서 사업 재편과 지배구조 이슈가 다시 수면으로 부상했다. 삼성SDS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물류 사업 분할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한 공시를 통해 “물류 외 정보기술(IT)서비스 등 나머지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찾겠다”고 밝혀 추가 사업 분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시장에선 분할 이후 수순인 합병에 대한 시나리오도 나온다.

▶사업 쪼개기 배경은

이재용식 실용주의라지만…

일단 삼성 측이 밝힌 삼성SDS 물류 사업 분할의 표면적인 이유는 사업 경쟁력 강화다. 삼성SDS 관계자는 “2012년 시작된 물류 사업이 지난해 매출 2조6000억원에 이를 만큼 커졌고, 향후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분할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라며 “올해 말이면 삼성전자 등 관계사 물량 대부분을 수행할 예정이어서 향후 지속 성장을 위해 사업 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 전했다. 계열사들의 자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삼성SDS의 사업 부문은 크게 IT서비스 부문과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부문으로 나뉜다. 지난해 기준 IT서비스 부문 매출액은 5조4944억원, 물류 BPO 부문은 2조3044억원으로 2.4배 정도 차이가 난다. 올 1분기 매출액은 IT서비스 1조1250억원, 물류 BPO 6200억원으로 격차가 1.8배로 좁혀졌다. 삼성그룹에선 IT 계열사인 삼성SDS가 물류 사업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반응도 있다.

재계에선 삼성그룹이 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 작업을 중단한 이후 비(非)금융 계열사를 중심으로 구조 재편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분할 이후 합병설’이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시장에선 삼성SDS에서 물류 사업을 인적분할(잠깐용어 참조)한 뒤 삼성물산에 합병시킬 가능성을 가장 높게 점친다. 삼성SDS 최대 주주인 삼성전자가 ‘물류 신설법인’의 주식을 삼성물산으로 넘기고 그 대가로 삼성물산은 삼성SDS 지분 일부를 삼성전자에 넘기면 대규모 자금 없이 손쉽게 합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남게 되는 삼성SDS의 IT서비스 부문은 향후 삼성전자에 흡수되거나 별도의 자회사로 분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맥락에서 애초 삼성 측이 분할을 검토하기 시작한 배경이 삼성물산 때문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첫 실적인 지난해 4분기 89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에는 4450억원으로 적자 폭이 커졌다. 전 분기 5배다. 특히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하는 건설 부문의 적자(4150억원)가 눈덩이다. 상사 부문 역시 유가 하락 등으로 20억원의 이익을 내는 데 그쳤고, 리조트는 내수 부진으로 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글로벌 업황이 부진한 패션 부문도 70억원 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수주 환경 악화와 내수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계기가 보이지 않는 게 문제”라고 인정했다.

삼성물산은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구조에서 정점에 있는 회사다. 그룹의 두 축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이 1% 미만인 이 부회장은 자신이 최대 주주인 제일모직을 삼성물산과 합병, 삼성물산이 보유한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 바 있다. 삼성물산이 사실상의 지주사로 부상했지만 그 역할은 미미하다.

A애널리스트는 “실적이 나쁜 데다 지주사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추가 조치도 없었다. 소송도 골칫거리다. 최근 법원이 삼성물산 합병 전 주식매수청구 가격 산정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합병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진행 중인 합병 무효 소송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어쨌든 분위기를 쇄신하고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삼성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삼성SDS 물류 부문을 떼어내 물산과 합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 삼성SDS 물류 부문 실적을 더하면 삼성물산은 단번에 흑자로 돌아설 수 있다. A애널리스트는 “삼성물산은 안정적으로 수익이 나는 사업이 없어 주가 상승 요인이 부족하다. 결국 지주사 격인 삼성물산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뭐라도 가져와야 하는 상황이 닥쳤고, 그 대상으로 SDS 물류 사업이 점찍힌 것”이라 덧붙였다. 건설, 리조트 등 기존 사업이 맥을 못 추는 상황에서 성장 가능성이 높은 물류 사업으로 아예 업(業)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는 주장이다.

업계에선 삼성물산 상사 부문의 무역업과 삼성SDS의 물류대행, 전산관리 등이 합쳐지면 시너지도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사업에 강한 삼성물산으로서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해외 물류 사업에 시너지를 내면서 경쟁력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 이미 삼성전자 우면동 R&D센터에는 삼성SDS 연구 인력이 입주해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도 회자된다. 삼성SDS가 인적분할되면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삼성SDS 지분의 9.2%만큼 신설 물류법인 지분도 9.2% 갖게 된다. 이후 삼성물산의 흡수합병 과정을 거치면 이 지분은 삼성물산 주식으로 전환된다. 삼성SDS 주식이 삼성물산 주식과 어떤 비율로 교환될지 알 수 없지만,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늘어난다. 또한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지분 4.12%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으로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이 커진다. 합병 후 삼성물산이 삼성SDS의 현금 재원을 활용해 삼성전자의 지분까지 추가 매입한다면, 지주사 전환 체제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삼성 측도 인적분할 방식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앞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외에도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신설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게 되는 만큼 주주들 반발도 무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적분할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없이 진행할 수 있고 물적분할 시 물류 부문을 자회사로 둘 때 향후 매각을 염두에 뒀다는 오해를 차단할 수 있다. 현재 지분율을 신규 물류회사에 그대로 가져가면서 양쪽 가치를 다 누리는 인적분할이 기존 주주한테는 그나마 유리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망은

소액주주 반발이 변수

일단 삼성이 ‘합병 검토’가 아닌 ‘분할 검토’부터 공시한 것을 보면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서두르기보다는 시장 반응에 따라 유연하게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 계열사 임원 출신의 한 인사는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엘리엇 복병’을 경험했던 만큼 삼성이 주주들 반발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하반기에는 합병 카드와 삼성물산의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물론 변수도 있다. 소액주주의 반발이다. 일부 소액주주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SDS가 핵심 사업인 물류 사업을 삼성물산에 헐값에 넘기는 상황을 우려한다”며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이번 삼성SDS의 분할 추진이 애초 밀실에서 이뤄진 데다, 주주들에게 타격을 주는 꼼수라는 데 크게 이견을 달지 않는다. 실제 공시 전 분할 정보가 알려진 데다 공시를 통해서도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결국 대주주의 지배구조를 위해 엄연한 상장사 사업을 뗐다 붙였다 하는 후진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처음에는 일가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계열사 해외 물류 사업을 일감 몰아주기 하더니, 이제는 지배구조 변화 시나리오 아래서 사업 경쟁력 강화를 명분으로 회사가 사라질 처지다. 주주들은 물론 임직원들의 손해는 누가 책임지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잠깐용어*인적분할 사업부를 따로 떼어 별도의 신규 회사를 만드는 과정은 물적분할과 동일하지만 인적분할은 신설법인 주식을 기존 회사 주주들이 지분율대로 나눠 갖는다. 물적분할은 신설된 법인이 기존 회사의 100% 자회사가 된다.

[김병수 기자 bs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62호 (2016.06.15~06.2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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