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손실만 5조원'..대우조선 휘청하게 만든 경영진 5대 의혹

조재현 기자 입력 2016. 6. 9. 04:00 수정 2016. 6. 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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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몰아주기' 등 남상태 전 사장 배임액만 800억원대 고재호 전 사장, 연임 위해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 사업 올인..회계조작도 특수단 대우조선·산은·딜로이트 안진 등 10여곳 압수수색.."진정서 담긴 의혹 모두 살펴볼 것"
분식회계 의혹과 경영진의 회사경영 관련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의 공적자금을 지원받고도 회생을 못한 배경 때문에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의 첫 수사 대상이 됐다. 2016.6.8/뉴스1 © News1 최현규 기자

(서울=뉴스1) 조재현 기자 =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아 전국 단위 대형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하는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첫 표적이 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손실만 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와 전·현직 경영진의 비리가 주된 원인이었다. 특히 지난 2006년 3월부터 2012년 3월까지 대우조선을 이끌었던 남상태 사장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부실경영을 초래했다.

2015년 5월까지 남 전 사장에 이어 대우조선호의 키를 잡은 고재호 사장 역시 연임을 위해 해양플랜트 분야에 과도하게 투자하고, 회계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의 부실경영 실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6월 정성립 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한 직후다.

정 사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6월25일 해양플랜트 손실을 취합 중이라며 2분기 3조원대 손실을 공식화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2013년, 2014년 각각 7500억원 안팎의 적자를 냈다고 정정했다. 그런데 대우조선은 2013년, 2014년 모두 흑자를 냈다고 공시한 상태였다.

대우조선 감사위원회는 전·현직 경영진의 배임 행위 때문에 부실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지난해 10월에는 전·현직 경영진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진정서를 냈다. 지난 1월에는 고재호 전 사장의 배임 혐의를 수사해달라며 창원지검에 진정서를 냈다.

◇ '선상호텔' 영업이익률 30% 이상"…사업성 과다 허위 보고

진정서에 따르면 남 전 사장은 재임 시절 회사에 800여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끼쳤다. 부실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는 중동 오만 선상호텔 사업이다.

남 전 사장은 2010년 오만에 선상호텔을 운영하겠다며 크루즈선을 매입했다 400억원의 적자를 낸 뒤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당시 이사회는 현실성이 없음에도 영업이익률이 30%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객실점유율 역시 40~45%에 불과함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수상호텔의 수요를 과대 계상해 객실점유율을 65%로 산정했다. 아울러 경쟁호텔의 신축 공사가 지연돼 선상호텔의 독점 영업 기간이 상당 기간 보장될 것이라며 과장된 사업 예측을 했다.

선상호텔 추가 투자 승인을 받기 위한 3차 이사회 당시에는 '오픈-북'(Open-Book) 계약으로 시공업체가 초과비용을 일부 부담하고, 일부는 대우조선이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고 허위 보고했다. 인테리어 도급공사계약은 825만달러(약 95억원)로 고정돼 있었다.

이어 주류 판매 허가를 위한 4성급 호텔 업그레이드를 위해 공사비 330만달러(약 38억원)가 추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사회 승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선상호텔은 처음부터 4성급 호텔로 추진되고 있었다.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이 8일 오전 8시부터 서울 중구 소재 대우조선해양 서울 본사와 거제시 소재 옥포조선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사진은 거제시 소재 옥포조선소 전경. (뉴스1 DB)2016.8/뉴스1

◇ 불필요한 지분인수, 기존보다 10%가량 인상된 운송계약까지

남 전 사장은 대우조선이 삼우중공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잔여 지분까지 고가로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남 전 사장은 2011년 7월쯤 삼우중공업 인수에 필요한 77%의 지분을 보유, 지배권을 확보한 상황이었지만, 불필요하게 남은 잔여 지분(23%)을 기존 주식 매입가격의 3배 상당인 190억원에 매수했다.

남 전 사장은 2010~2011년 물류비용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부산국제물류㈜를 인수했다. 이후 이 업체에 이익을 제공하기 위해 기존 운송업체들과 개별적으로 체결하던 운송계약이 종료되자 불필요한 일괄적 운송계약을 체결하면서 기존보다 10%가량 인상된 운송비를 지불했다.

또한 부산국제물류와 2013년 12월까지 체결돼 있던 기존의 물류센터 이용계약도 해지하고, 새롭게 24%가량 임차료가 인상된 물류센터 이용계약을 체결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가했다.

◇ '지인 회사 일감 몰아주기'…대학 동창에겐 10년간 독점 이익 보장 남 전 사장은 2007년 당산동 복합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200억원 이하 규모로 분할매수해 이사회 결의를 피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우조선이 직접 시행해 보다 저렴하게 건물을 취득할 수 있었음에도 유명 건축가 이창하씨가 대표로 있던 ㈜이창하홈을 시행사로 선정, 토지매입자금과 공사비를 지원해서 건물을 짓게 한 뒤 빌딩 전체를 분할매입해 이씨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남 전 사장은 오만 선상호텔 사업 당시에도 이창하씨 등 측근 회사를 시행사로 선정하거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전해졌다.

남 전 사장은 또한 2007년 5월 대학 동창인 휴맥스해운항공 정모 대표가 최대 주주인 해상화물운송업체 메가라인에 10년간 독점적 이익이 보장되는 특혜성 수의계약을 해 준 의혹이 있다.

그는 메가라인에 자항식 대형수송선(이하 자항선)을 이용한 해상운송을 위탁함에 있어 비합리적으로 높은 운임을 지급했다. 또 운임을 인상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었음에도 메가라인의 요구에 따라 이를 그대로 수용해 그 차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

특수단은 이번 분식회계·배임 의혹에 연루된 남 전 사장과 고 전 사장 등을 이미 출국금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씨와 남 전 사장의 측근인 정 대표, 삼우중공업 전 사장 정모씨 등 3명도 출국금지하고, 이들의 회사도 압수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뉴스1 © News1

◇ "해양플랜트, 전사적 총력 수주체제"…후임 사장도 연임 위해 과잉 투자·회계조작까지

고 전 사장 역시 대우조선의 재정악화는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의 연임을 위해 해양플랜트 저가 수주에 열을 올렸다.

당시는 해운·조선업계 전반이 불황으로 새로운 매출처 확보가 최우선과제였다. 대우조선을 비롯한 많은 조선사들은 해양플랜트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었다.

해양플랜트사업 분야에 관한 경험이 부족했음에도 매출 급락의 위기를 극복하고, 치열한 수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가 수주를 생존 전략으로 택한 것이다.

대우조선을 비롯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상선 발주 감소에 대비해 해양플랜트 부문을 확대했고, 국내 조선사들 사이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고 전 사장은 수익성 악화 우려에도 남 전 사장과의 비교 우위를 위해 해양플랜트 사업 수익성 전반을 점검하지 않고, 올인 전략을 펼쳤다.

그러나 설계 대부분을 유럽 등에 의존한 탓에 유기적인 연계가 어려워 잦은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또 공기연장에 따른 비용 증가, 납기 지연으로 직접적인 손실이 발생했다.

경쟁사들은 적법한 회계기준을 적용, 즉시 손실을 반영한 반면 고 전 사장은 손실을 반영하지 않고 유일하게 대우조선만 영업이익이 있다고 공시했다. 감사위는 이는 다분히 고 전 사장의 연임을 위한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향후 연임 과정에 정관계 로비가 있었는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특수단은 대우조선 감사위가 낸 진정서에 담긴 의혹을 모두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cho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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