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에 빌려준 78조 탈날까..은행들 '충당금 공포'

송윤경 기자 2016. 5. 25.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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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차입금, 해운업의 30배 규모
ㆍ부실 땐 거액 충당금 쌓아야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신청 등 조선업 구조조정이 본격화한 가운데 은행권이 ‘충당금 공포’에 휩싸였다. 국내 은행권은 조선업체에 78조원에 이르는 돈을 빌려줬지만 대출채권 대부분을 충당금 적립이 필요 없는 ‘정상’으로 분류해 놓았다.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 대출채권 등급을 낮추면 막대한 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이는 은행의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으로 국내 은행들이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8개 조선업체에 빌려준 금액은 78조7756억원에 달한다. 빅3 조선사 가운데 부실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대우조선의 차입금이 24조3911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현대중공업 19조2906억원, 삼성중공업 14조9984억원 등 ‘조선 빅3’에 몰린 차입금 규모만 58조6801억원에 이르지만 은행들은 대부분 이들 여신을 ‘정상’으로 분류해 놓았다.

조선업의 은행 차입금 규모는 해운업의 약 30배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창명해운의 은행 차입금은 약 1조원,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한진해운·현대상선의 은행 차입금은 각각 7000억원, 1조원 정도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해운업보다 조선업 부실이 가져올 충격이 훨씬 크다.

은행들은 대출에 대해 손실액을 추정하고 추정액만큼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출채권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 ‘요주의’(대출액의 7~19%), ‘고정’(20~49%), ‘회수 의문’(50~99%), ‘추정손실’(100%) 등 5가지로 평가돼 각각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대출채권의 문제를 인정하는 순간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실적 악화를 우려해 대우조선 차입금처럼 부실이 명백한 경우에도 ‘정상’으로 분류해 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경우 대우조선 대출액 각각 4조원, 8조9903억원을 모두 ‘정상’으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지 않았다.

금융연구원 손상호 연구위원은 “대출에 대한 이자를 어떻게든 갚고 있으니 일단 정상으로 분류해 놓은 것인데, (부실채권으로 재분류해 충당금을 쌓는 것은) 오래 연기할 수 없고 몇 달 내에 정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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