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3사, 공사 80% 이상 끝냈는데 청구 못한 돈 3.7조

신건웅 기자 2016. 5.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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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나중에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미청구공사·매출채권 늘어 대금 지급 늦어지면서 현금흐름 악화..차입금 증가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대우조선해양 제공). © News1

(서울=뉴스1) 신건웅 기자 =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3월 말 '소난골 드릴십 1호기' 공사를 90% 넘게 마치고도 선박 대금 5073억원을 청구하지 못했다. 드릴십이 선주에게 인도된 후에야 남은 돈을 받을 수 있다. 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돈을 외부서 조달하다 보니 현금흐름은 엉망이 됐다.

조선사들이 공사가 막바지 단계임에도 돈을 못 받고 있다.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는 시점에 대금의 절반 이상을 받는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으로 수주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돈이 늦게 들어오면서 외부 차입금은 늘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조선 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주요 공사 중 작업을 80% 이상 마치고도 대금을 청구하지 못한 미청구공사 금액이 3조7000억원에 달했다. 청구는 했지만 아직 못 받은 돈인 매출채권은 7조2554억원이었다.

이들의 1분기 말 기준 미청구공사는 15조4666억원이었다. 여기서 주요 공사란 계약수익 금액이 전기 매출액의 5% 이상인 계약을 말한다.

현대중공업은 고르곤(GORGON) 해양플랜트 공사를 99.5% 완료했지만 693억원을 미청구공사로 잡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SN2100) 공사 진행률이 93%를 넘었지만 4074억원을 청구하지 못했다. 삼성중공업도 공사 진행률이 80%를 넘었지만, 아직 청구 못 한 돈이 2조1504억원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도 진행률이 80% 넘은 공사의 미청구공사 금액이 1조4857억원이나 됐다.

미청구공사나 매출채권은 이익으로는 잡히지만, 아직 선주들로부터 받지는 못한 돈이다. 선박이 인도되면 받을 수 있다.

공사 대금 지급이 늦어지는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박을 선주에게 인도하는 시점에 대금의 절반 이상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중간에 선주가 파산하거나, 발주를 취소하면 공사 대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선박 건조 단계에 따라 선주로부터 선박대금을 균등히 받는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자금 압박도 있다. 선박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을 외부서 조달해야 한다.

선박이 인도될 때까지 대금 지급이 연기되면서 조선 3사의 현금흐름은 나빠졌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마이너스이고,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늘었다. 영업보다는 빚으로 돈을 조달했다는 의미다.

1분기 삼성중공업은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9864억 마이너스지만, 차입금을 늘리면서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1조518억원이나 됐다. 대우조선해양도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7236억원 마이너스이고, 재무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이 6656억원 늘었다. 현대중공업도 재무활동으로 3943억원을 조달했다.

모 회계사는 "선박 대금이 늦게 들어오면서 조선사의 차입금만 늘어나고 있다"며 "차입금이 늘어나면 이자와 원금 상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선사들도 문제는 알고 있지만 수주가뭄이 심각해 헤비테일 방식을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 조선사 관계자는 "선박이 인도되면 자금이 들어오면서 유동성이 늘어날 수 있다"면서도 "수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선주의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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