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0조 '영화같은 수송작전'

김재곤 기자 2016. 5. 21. 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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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세상] 韓銀 계획.. 1만원권 기준 수송차 2500대 필요 본관·별관 공사 위해 30개월간 옛 삼성 본관으로 잠시 이사 지하금고 돈, 강남지국 등 옮겨

한국은행이 최대 10조원으로 추정되는 사상 최대의 현금 수송 작전을 세우고 있다. 6·25전쟁 이후 처음으로 서울 남대문 본점을 떠나 직선거리로 400m 정도 떨어진 옛 삼성 본관으로 잠시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사용 중인 별관 신축과 본관 리모델링을 위해 내년 6월 말쯤 태평로 구(舊)삼성 본관 건물로 이전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공사엔 30개월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은행 본점은 지상 15층인 본관을 비롯해 구관(화폐박물관), 1·2별관과 소공별관을 업무 시설로 사용하고 있다. 이 중 국제국 건물로 사용 중인 1별관을 철거한 뒤 신축하고, 본관과 2별관을 리모델링하는 공사를 한꺼번에 실시할 계획이다. 이참에 지하에 어지럽게 분산돼 있는 여러 금고(金庫)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기로 했다.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지하 금고에 보관 중인 막대한 현금을 어디로 옮겨놓느냐이다. 한은은 시중 은행에 지급할 현금을 사전에 조폐공사에 의뢰해 찍어낸 뒤 지하에 있는 대형 금고에 보관해둔다. '대외비'라며 정확한 잔액을 밝히기를 꺼리지만 금융권에선 10조원 선이 거론된다. 보통 사과 상자 1개를 5만원권으로 채우면 최대 25억원 정도를 담을 수 있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은행에 드나드는 현금 수송업체 특수 차량의 금고엔 5만원권 기준으로 최대 600억원 정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과 상자 24개 분량이다. 하지만 이는 빈틈없이 최대한 채우는 것을 가정한 경우로, 통상 200억원 정도가 최대 적재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조원이라면, 500대 규모다. 1만원권으로는 2500대 분량이다.

이 돈은 한국은행 본점에서 가장 가까운 강남지국(약 8.6㎞ 거리)의 금고에 우선적으로 옮겨놓을 가능성이 크지만, 공간이 부족하면 각각 31㎞, 33㎞ 정도 떨어진 경기·인천지국의 금고도 빌려 쓸 것으로 보인다.

공사가 시작되면 1100여 명의 한국은행 본점 직원이 모두 옮겨가게 된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연면적 2만~2만3000㎡(6000~7000평)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파악한다"고 말했다. 이사 갈 옛 삼성 본관 기준으로 최소 10개 층에 해당한다.

삼성그룹은 내년까지 현재 광화문 일대에 있는 금융 계열사 4곳(생명·화재·증권·자산운용)을 서초 사옥으로 이전하기로 했다. 구본관에선 현재 5개 층을 사용 중인 삼성증권이 빠져나갈 예정이다.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올 한 해 5개 층에 대한 임차료로 지급하는 금액은 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10개 층을 빌려 쓸 경우 임차료만 연간 1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전할 장소로 옛 삼성 본관과 을지로 삼성화재 건물을 두고 고민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건물의 보안성, 실사를 나간 직원들의 평가, 옛 삼성 본관 자리에 조선말 화폐를 제조하던 '전환국'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최종 낙점했다고 한은 관계자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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