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海運동맹' 배제된 현대상선, 운명의 2주일

이인열 기자 2016. 5. 14.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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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 해운업계 新글로벌 동맹 재편 현대상선, 이달까지 채권단 협상.. 결렬 땐 가입 재도전 기회 없어 '제3동맹' 한진해운은 한숨 돌려 "조양호 회장 대외활동이 큰 힘" 용선료 협상 등 아직 갈 길 멀어

제3의 해운동맹〈키워드〉인 '더 얼라이언스'가 13일 공식 출범하면서 향후 5년간 글로벌 시장을 이끌 신(新)해운동맹 체제의 틀이 갖춰졌다. 세계 해운업계가 올 초부터 격렬히 요동친 데는 기존 4개 해운동맹 체제가 내년 3월 일제히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이었다. 글로벌 1·2위인 머스크(덴마크)와 MSC(스위스)의 동맹인 '2M'은 현상유지를 선언한 가운데 글로벌 3·4·6위 해운사인 CMA-CGM(프랑스), 코스코(중국), 에버그린(대만)이 기존 동맹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동맹체인 '오션얼라이언스'를 결성하면서 남은 해운사 간에 새로운 '짝짓기'가 필사적으로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영난에 빠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희비가 엇갈리게 됐다. 더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게 된 한진해운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반면 이번에 배제된 현대상선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재무 건전화를 마친 뒤 사실상 데드라인인 9월 말까지 해운동맹 참여를 위한 마지막 승부수를 던져야 할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희비가 갈린 것은 글로벌 순위와 부채비율에서 한진해운(8위)이 현대상선(15위)을 앞서는 점 등이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숨 돌린 한진해운…용선료 협상 시작

'더 얼라이언스'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6.8%이다. 대형 해운동맹인 2M(27.7%), 오션(26.1%)과 경쟁할 만한 규모이다. 한진해운이 더 얼라이언스에 참여하게 된 것은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는 호재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더 얼라이언스 참여는 글로벌 해운경기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생존 방법으로 이를 계기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며 "조양호 회장의 꾸준한 국제적인 대외 활동이 해운동맹 가입에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당장 이제 막 시작한 용선료 협상을 잘 이끌어 가야 한다. 또 오는 19일 개최하는 사채권자회의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용선료 협상이나 사채권자 협상이 실패해 자칫 법정관리로 가면 해운동맹에서는 자동 퇴출된다.

◇기로에 선 현대상선…운명의 2주일

현대상선 측은 당장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됐다. 채권단과 약속한 이달 말까지 용선료 인하 협상과 사채권자 채무조정 협상이란 '양대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면 법정관리를 피해 더 얼라이언스 가입에 마지막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양대 협상에 실패하거나 늦어져 글로벌 해운동맹에 끼지 못하면 글로벌 영업이 불가능해져 '살아도 산 게' 아닌 운명이 된다.

따라서 앞으로 2주일 남짓 남은 협상 시한까지 타결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할 상황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새 동맹은 미국 연방해사위원회(FMC) 승인 일정을 감안하면 오는 9월쯤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경영 정상화를 완료하고 오는 9월 이전 해운동맹 가입을 마무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상선의 해운동맹 '일단 배제'가 악재만은 아니란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선주(船主)나 사채권자 입장에서 이제 협상이 불발되면 결국 법정관리로 갈 게 명확해져 오히려 협상에 더 적극 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동맹 체제 재편 이후 글로벌 해운 시장에 대해서는 '대형화 경쟁'과 각국 정부 지원 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글로벌 교역량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해운사들은 더 많은 선박과 해운 노선을 확보해 운임 단가를 낮춰 경쟁사를 압도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양창호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해운동맹 재편으로 기존 질서가 허물어지고 새롭게 재편될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질 이런 대형화 경쟁에서 뒤처지면 우리 해운사들은 또다시 도태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운동맹(얼라이언스·Alliance)

글로벌 해운사들이 맺는 공동 운항 서비스 협정 및 선사들의 집합체이다. 해운사 한 곳이 전 세계 모든 노선에 선박을 투입할 수 없어 해운 동맹을 통해 보유한 선박과 노선을 공유, 한 회사처럼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운 동맹에 속하지 못한 해운사는 경쟁력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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