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칼바람' 동남권, 주택대출 폭증..가계부실 뇌관 되나

이태규 기자 2016. 5. 8.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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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부동산 호황 바람에, 가계대출 5년새 80% 급증, 울산 72%, 부산도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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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창원·울산·부산 등 동남권 경제벨트의 가계부채가 지난 5년간 전국 평균보다 2배 이상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해운 등 동남권 경제벨트 핵심산업의 구조조정으로 대량 실업이 예고된 가운데 이들이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낄 수 있고 가계부채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7일 한국은행·통계청 등에 따르면 거제·창원 등이 포함된 경상남도의 가계부채(예금취급기관 기준) 잔액은 지난해 말 현재 46조 9,000억원으로 지난 2010년(25조9,000억원)에 비해 80.8%나 증가했다. 전국 17개 시도 중 제주도(91.7%) 다음으로 높았으며 전국 평균(36.9%)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울산의 가계부채도 17조1,000억원으로 5년 사이 72.8% 불어났다. 부산 역시 49조원을 나타내 56.4% 불어났다.

2010년 이후 해운·조선업의 불황에도 이들 지역의 가계부채가 급증한 것은 부동산 경기가 나 홀로 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경남의 지난해 말 주택매매 가격지수는 2010년 말에 비해 21% 급등했다. 전국 평균(6.2%)에 비해 3배 이상 높고 서울(1.1%)보다도 월등히 높았다. 울산도 같은 기간 25.8% 상승했고 부산 역시 20.4%나 올랐다. 실제 전체 가계부채 중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경남이 2010년 47.9%에서 지난해 53.9%로 올랐고 울산이 58.2%에서 61.4%, 부산도 66.6%에서 71.5%로 상승했다.

구조조정 탓 실업자 늘며 당장 원리금 상환 빨간불

문제는 경남·울산 지역 핵심산업의 구조조정으로 원청업체뿐만 아니라 하청 업체의 대량 실업이 발생해 빚을 진 이들이 당장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특별 고용위험업종’을 지정해 실업수당을 지급하더라도 기존 연봉에 비하면 턱없이 작을 수밖에 없어 원리금 상환에는 역부족이다. 최찬호 울산상공회의소 경제총괄본부장은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난 가운데 대량실업이 발생하면 가계부채에 위험요인이 될 것”이라며 “대기업 출신 퇴직자야 희망퇴직금 등을 받아 당장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지 않겠지만 중소 협력업체 퇴직자들은 퇴직금도 얼마 안 돼 이들의 가계부채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1·4분기 구직급여 신규신청자 수는 울산이 9,500명으로 18.2% 급증했고 경남도 1만9,400명으로 4.8%, 부산도 2만2,300명으로 2.9% 불어났다. 전국 구직급여 신규신청자가 30만7,300명으로 1년 사이 1.3% 늘어나는 데 그친 것에 비해 동남권 실업자가 크게 불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단순 실업수당 지급 아닌 가계부채 연계 대책 시급

당장 실직자들은 씀씀이부터 줄일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연체율이 상승하고 이는 은행권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원리금 상환 부담에 견디다 못한 이들이 주담대로 구매한 집을 시장에 내놓으면 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실제 경남 주택매매 가격 지수(KB국민은행 산출)는 3월 100.0으로 2월 100.1에서 소폭 하락했다. 경남 지역 지수가 하락한 것은 2013년 2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울산의 경우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동구의 주택매매 지수는 지난해 3월 100.5까지 상승했지만 올해 3월 현재 소폭 하락한 100.3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실업수당을 주는 대책뿐만 아니라 가계부채의 연쇄 부실화도 막을 수 있는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종수 창원상공회의소 조사팀장은 “실직자 안정대책뿐만 아니라 가계부채 부실화 문제까지 고려해 한 단계 진전된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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