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4개그룹, 30대그룹 순이익 90% 이상 차지..극심한 대기업 양극화

세종=정원석 기자 2016. 4. 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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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대기업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규모 30위권 이내 속하는 대기업 중 상위 4위권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이 지난 5년간 27.3% 증가한 데 비해 하위 20위권(11~30위)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1.5% 증가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실적에서도 이런 양극화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4위권 기업집단은 지난해 평균 157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하위 20위권 기업집단의 매출은 11조1000억원에 불과했다. 당기순이익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상위 4개 기업집단이 30대 그룹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같은 대기업 집단에 속해있지만, 상위 일부와 나머지의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 4대 기업집단이 30개 그룹 자산총액의 절반 이상 차지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65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2337조6000억원으로 전년(2258조4000억원)보다 79조2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들 기업 집단의 평균 자산 규모는 36조원으로 전년(37조원)보다 1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을 제외한 30대 민간 기업집단의 자산총액은 1545조9000억원으로 전년(1510조5000억원)보다 35조4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주목할만한 지점은 자산 규모 1~4위(삼성, 현대자동차, SK, LG)의 자산규모 총액이 824조6000억원으로 30대 대기업 집단 총액의 53.3%를 차지하고 있단 것이다. 상위 4위권의 30대 대기업집단 자산 총액 비중은 2013년(50.8%) 50%를 넘어선 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반면 5~10위권과 11~30위원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올해도 5~10위권과 11~30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5.2%와 21.5%에 그쳤다.

최근 5년간 30대 대기업 집단의 자산 증가액은 양극화가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상위 4위권의 자산 총액은 2012년 647조6000억원에서 올해 824조6000억원으로 27.3% 증가한 반면, 5~10위권은 같은 기간 342조8000억원에서 389조원으로 13.5% 증가했고, 11~30위권은 최근 5년간 자산총액이 1.5%(327조3000억원→332조2000억원) 성장하는 데 그쳤다.

매출실적도 마찬가지다. 30대 대기업이 지난해 올린 매출(1129조4000억원) 중 상위 4위권(630조60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55.8%를 차지했다. 5~10위권(276조2000억원)은 24.5%, 11~30위권(222조6000억원)은 11.1%에 불과했다.

당기순이익은 더욱 심각하다. 상위 4위권의 당기순이익이(44조8000억원)이 30대 대기업 총액(47조3000억원)의 90%를 넘어섰다. 5~10위권은 2조5000억원, 11~30위권은 4000억원의 적자를 봤다. 상위 4대 그룹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돈을 벌고 있는 대기업 집단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대기업 자산순위 요동…한화, 대약진

이같이 자산, 매출액, 순이익 등의 양극화가 극심해지면서 대기업 순위도 요동쳤다.

현대자동차가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제치고 자산총액 2위로 올라섰다. 삼성은 한화그룹과의 빅딜 등으로 한화종합화학, 한화테크윈, 한화토탈 등 8개 계열사가 줄었지만 부동의 1위를 지켰다.

한화는 삼성으로부터 한화종합화학 등 인수로 계열사가 5개 늘어나면서 자산총액 기준 순위를 15위에서 11위로 끌어올렸다. 자산이 약 16조70000억원 늘어나면서 대기업 집단 중 가장 큰 성장세를 보였다. 자산 총액 2위에 오른 현대차(15조6000억원)와 3위인 한국전력(12조원)도 성장세(자산증가액)가 한화에 미치지는 못했다. 롯데(9조9000억원)와 SK(8조4000억원)도 비교적 자산 증가규모가 큰 편에 속했다.

반면,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이 진행됐던 대기업 집단은 대거 순위가 하락했다. 동부제철, 동부건설 등이 채권단 관리로 넘어가고 동부팜한농이 매각되는 등 주력 계열사들이 그룹 계열에서 분리됐던 동부는 순위가 28위에서 45위로 내려갔다. 계열사가 28개나 줄었다. 한국철도공사는 매각된 인천공항철도를 계열에서 분리하면서 순위가 21위에서 26위로 내려갔다.

◆ 상호출자제한집단 지정기준 논란

이 때문에 대기업 간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에서 대기업집단을 자산 5조원이라는 획일적인 잣대로 규율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인터넷 기업인 카카오와 바이로시밀러 업체인 셀트리온 등 자산규모가 크지 않는 벤처형 대기업들이 상호출자제한집단에 포함된 것도 이런 비판에 나오게 된 배경이다. 삼성, 현대차 같은 글로벌 대기업과 카카오, 셀트리온 등 몸집이 작은 기업을 동일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1987년 도입된 상호출자집단 지정제도는 최초 자산 총액 4000억원 이상을 지정기준이었지만, 1993∼2001년 상위 30대 그룹으로 바뀌었었다. 하지만, 상위 30대 그룹만 규율 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에 따라 2002∼2007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2008년부터는 9년 째 자산 5조원 이상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당시만 해도 약 40개(공기업포함) 기업집단이 규율 대상이었지만,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올해는 대상 기업집단이 65개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도 올려야 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자산 10조원 이상으로 올릴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건의가 수용되면 카카오와 셀트리온은 물론 KCC, 코오롱, 아모레퍼시픽, 하이트진로 등이 대기업집단에서 빠지면서 규율 대상이 37개로 줄어든다.

획일적으로 자산 얼마 이상이라는 기준을 적용할 게 아니라 과거처럼 상위 30대 그룹, 또는 상위 20대 그룹만 상호출자집단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집단 지정 기준을 2008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올린 후 경제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졌기 때문에 대기업집단 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기준을 올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여러 부처에서 이를 기준으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는 등 사회경제적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내부적으로는 지정 기준을 올리는 것이 대기업 봐주기라는 역풍을 일으키는 것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지정 기준을 올리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결국에는 총선 이후 20대 국회 정치 지형이 기준 상향 논의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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