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수주 절벽'] 조선 빅3 '피마르는 6개월'..도크 한 곳 비면 직원 10% '실직'

도병욱 입력 2016. 3. 4. 18:32 수정 2016. 3. 5.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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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조선.. 6개월 후 도크가 빈다 글로벌 경기둔화·저유가로 발주 급격 감소 '수주 독식'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도 중국·일본과 경쟁

[ 도병욱 기자 ] 지난해 한국 조선업계는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는 나란히 조(兆) 단위 영업손실을 냈다. 이런 와중에 수주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소위 ‘수주절벽’이라는 새로운 위기가 더해졌다. 해양플랜트 사업 부실에서 시작된 대형 적자가 일시적인 위기였다면, 수주절벽은 보다 장기적인 위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수주절벽 현상은 정부나 금융권이 나서서 해결해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조선회사들이 노력해도 극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며 “수주절벽 현상이 6개월만 더 계속돼도 빅3의 도크가 비는 초유의 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유가·경쟁국 도전 등 ‘3중고’

국내 조선업체의 수주잔량은 2008년 8월 7140만CGT(표준환산톤수: 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난달 말 수주잔량은 2844만CGT로 11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그동안 업체들의 생산설비 규모가 커진 것을 고려하면 국내 조선업체들이 세계적 업체로 성장한 1990년대 중반 이후 일감이 가장 적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감이 줄어든 것은 국제 유가 하락과 세계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발주량과 수주량이 모두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해양플랜트 발주는 작년 하반기 이후 사라지다시피 했다. 컨테이너선 발주도 잇달아 취소됐다. 지난해 상반기 한국 조선업계의 월평균 수주량은 111만CGT였지만, 하반기에는 63만CGT로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월평균 4만CGT밖에 수주하지 못했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들이 한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등의 수주를 늘린 것도 원인이다. 세계 수주잔량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월 말 27.4%인데, 이는 1999년 11월 이후 가장 낮다.

대규모 인력구조조정 우려

대형 조선사들은 “일감이 1년6개월치 이상 남아 있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보유 일감이 1년치 미만으로 떨어지면 초대형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회사들은 1년치 도크 운영 계획을 마련해놓고 선박 건조 일정을 짜기 때문에 보유 일감이 1년치 아래로 떨어지면 건조 계획 등을 미리 세울 수 없다”며 “이 경우 빈 도크(선박건조시설)가 생겨나게 된다”고 말했다. 빅3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1990년대 중반 이후 도크가 비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지금까지 최소 2년치, 평균 3~4년치 일감을 쌓아놓고 일을 해왔다.

일감이 1년치 미만으로 줄면 수주량을 늘린다고 해도 당장 빈 도크를 채울 수도 없다. 조선사는 선박 건조계약을 따낸 뒤 설계와 블록 제작 등의 사전 작업을 거쳐 도크에서 조립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대형 선박은 이 사전 작업 과정이 1년 정도 걸린다.

도크가 비면 도크에서 일하는 현장 인력은 할 일이 없어진다. 사전 작업을 하는 인력도 영향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빈 도크가 하나 생기면 당장 협력업체 직원 10%는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규직 직원은 일단 특근과 잔업을 중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받는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중소협력업체와 지역 경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도크가 비면 협력업체 직원들부터 줄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이미 일부 업체는 협력업체 직원 감축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당분간 수주량이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이런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란발 특수를 기대하고 있지만 조선사들은 당장 대규모 발주가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017년 말은 돼야 선박 발주량이 예년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조선사들이 어떻게 버티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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