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보다 비싼 KTX'..요금 할인은 야금야금 사라진다

장원석 2016. 1. 26. 14:5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호남선 KTX. [일러스트=신재민]

평일 할인도 없고, 역방향 좌석 할인도 없고, 대체 되는 게 뭡니까?”오랜만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KTX를 타려던 직장인 김태섭(42)씨는 당황했다. 표를 사려다 보니 쓸만한 할인 혜택이 죄다 사라진 걸 뒤늦게 알고서다. 꼼짝 없이 5만9800원을 에누리없이 다 냈다.

김씨는 “KTX의 요금은 해마다 오르고, 타는 사람도 늘었다는데 서비스 품질은 후퇴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KTX와 달리 요즘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특가 항공권 요금은 3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저가항공사가 늘면서 항공업계 요금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다. 시간대별 할인 요금에 호텔·관광지를 연계한 초특가 상품까지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서울~제주 노선은 편도 1만원짜리 티켓까지 등장했다. 경쟁의 힘이다.

그러나 KTX는 다르다. KTX 운임은 2004년 출범 당시 4만4800원(서울-부산 편도 기준)에서 올해는 5만9800원으로 1만5000원(33.4%)이나 올랐다. 비행기와 기차 요금이 역전된 셈이다. 철도 시장은 코레일 천하다. 당연히 경쟁도 없다. 적어도 코레일이 경쟁에 밀려 가격을 낮출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요금을 올려도 타는 사람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04년 약 7만명이던 하루 평균 KTX 이용객은 올해 17만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그러자 코레일은 KTX 개통 초기 이용객을 늘리려 도입한 각종 할인제도를 슬그머니 없앴다.

승객들의 반발이 가장 큰 건 회원 포인트 제도다. 원래 코레일은 KTX 이용금액의 5%을 쌓아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적립식 포인트 제도를 운영했다. 20번 이용하면 1번은 공짜로 타는 셈이니 꽤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2013년 7월 이 제도를 폐지(기존 포인트는 적립일로부터 5년간 유효)하고, 쿠폰제를 도입했다. 당시 코레일 측은 “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폰제는 포인트를 쌓는 대신 이용금액이 30만원을 초과할 때마다 10% 할인쿠폰을 주는 방식이다. 대략 50번을 타야 1번 공짜로 타는 셈이니 고객 입장에선 조건이 훨씬 나빠졌다.
결국 2013년과 2014년 사이 승객의 연간 할인액은 1인당 3000원 이상 줄었다. 승객 이승환(35)씨는 “그나마 주는 쿠폰도 유효기간이 석 달밖에 안 돼 못 쓰고 버리는 사람이 태반”이라고 꼬집었다.

평일 할인(7%), 역방향 출입구 좌석 할인(5%)도 지난해 폐지됐다. 그나마 남은 할인제도 역시 할인율을 조정하거나, 수혜 범위를 축소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할인폭이 가장 큰 가족석 할인이 대표적이다. 객실 가운데 4명의 가족석을 한꺼번에 구입할 경우 37%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마저도 연회비 4만6000원짜리 ‘가족애(愛)카드’ 보유자에게 우선 발급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가족애(愛)카드가 있으면 출발 1개월 전부터 3일 전까지 예약할 수 있지만, 일반 고객은 출발 2일 전부터 남는 자리가 있어야만 예약할 수 있다. 할인율 역시 37%에서 15%로 축소됐다.

코레일은 할인제도가 줄어든 대신 승차율에 따라 15~30%를 할인해주는 ‘파격할인제’를 도입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승객 정지아(23)씨는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이 아니면 KTX는 대부분 꽉 차서 운행하기 때문에 할인표를 구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있는 티켓도 일부 암표상이 싹쓸이하는 상황이다.

이민성 코레일 여객마케팅처장은 “1인당 구매 매수를 제한하고 있지만 부당 유통을 완전히 차단할 방법은 없다”며 “티켓을 대량으로 구입해, 불법적으로 유통하는 사례를 적발하기 위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출범 9년 만인 2014년 처음으로 흑자(1034억원)를 기록했다. 매년 수천억 원의 적자를 쌓아왔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코레일은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의 결과라고 설명하지만 할인제도 축소 역시 경영정상화의 일환이었다.

▶남은 혜택이라도 꼭 챙기자
☞미리 확정된 일정이라면…KTX365!
- 출발 2일 전까지 승차율에 따라 5~15% 할인
☞자주 타는 승객이라면…정기승차권!
- 주중(월~금) KTX 자유석 50% 할인(1개월)
☞만 24세 이하 승객이라면…KTX청소년드림!
- 출발 2일 전까지 승차율에 따라 10~30% 할인
☞만 25~33세 승객이라면…힘내라 청춘!
- 출발 1개월~2일 전까지 승차율에 따라 10~30% 할인
☞임신부라면…맘(Mom)편한 KTX!
- 출발 1개월~2일 전까지 일반실 요금으로 특실좌석 예약(임신진단서 구비)

이종원 가톨릭대 행정학과 교수는 “실적이 개선된 만큼 고객을 위한 혜택을 가장 먼저 되살려야 한다”며 “조만간 수서 발 KTX 개통으로 본격적인 경쟁체제가 갖춰지는데 브랜드 관리 차원에서도 서비스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옥타곤걸이 대학로에 간 까닭은

박 대통령, 업무보고 받다가 "법은 목욕탕"

비행기 요금 앞지르는 KTX…서비스는

"문재인 대표에 '제발 정신차리세요' 했더니…"

울산 '대기업 여자화장실 몰카' 보니

포토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