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달러 가치 폭락.. 30년 유지 '달러 페그제' 위협

박은애 기자 2016. 1. 26.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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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 당국이 방어에 나섰지만, 홍콩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홍콩이 30년 넘게 유지해 온 페그제(특정국가 통화에 자국통화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제도)를 포기하게 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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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달러 가치가 급락하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홍콩 당국이 방어에 나섰지만, 홍콩달러 약세가 지속될 경우 홍콩이 30년 넘게 유지해 온 페그제(특정국가 통화에 자국통화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제도)를 포기하게 될 것이란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20일 홍콩달러 환율은 미국 달러당 7.83홍콩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며 페그제 변동 상한선인 7.85홍콩달러에 바짝 다가섰다. 이달 초만 해도 달러당 7.75홍콩달러 수준이었다. 급격한 홍콩달러 약세에 당국이 개입하면서 바로 7.80홍콩달러 수준으로 내려왔다.

홍콩은 83년부터 미국 달러에 통화가치를 고정하는 페그제를 실시하고 있다. 달러당 7.75∼7.85홍콩달러를 밴드로 정하고 이 사이에서만 환율이 움직이도록 한다. 상한에 다가가면 미국 달러를 팔고 홍콩달러를 사들여 환율을 끌어내리고 하한에 이를 경우 반대로 움직여 일정 수준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환율 안정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홍콩은 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다.

97∼99년에도 홍콩달러·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홍콩항셍지수가 약세를 나타냈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은 “신흥국들에서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달러 강세가 나타나면서 위험이 높아지고 있고, 특히 홍콩 금융시장이 투기세력의 타깃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97년과 최근 상황이 비슷하다”고 비교했다. 당시 홍콩은 대규모 홍콩달러 매수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 페그 밴드 상향 등의 카드로 투기세력과 전쟁을 벌였다.

지금도 홍콩은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장 큰 버팀목인 중국 본토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미 달러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홍콩에서 자금을 빼가면서 홍콩달러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다 투기세력이 홍콩달러 절하에 베팅하며 가치를 계속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상황에서 페그제 운영 국가의 약점을 노린 것이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투기세력이 홍콩달러로까지 공격 대상을 넓히는 모습”이라며 “홍콩달러 급등락 기회를 활용해 환차익을 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투기세력의 공세를 막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국 페그제를 폐지하는 상황에 몰리게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1월 스위스는 유로당 1.2스위스프랑으로 고정된 페그제를 폐지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조치가 예상돼 유로화 가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지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포기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페그제를 운영하는 중동 산유국들도 핫머니(단기성 투기자금) 공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홍콩금융관리국(HKMA) 노먼 찬 총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현재의 페그제를 바꿀 계획도 의향도 없다”고 강조했다. 아직은 홍콩이 페그제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시각이 더 많다. 대신증권 오 연구원은 “홍콩이 달러 페그제를 기반으로 아시아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었던 만큼 달러 페그제 포기가 주는 실익보다 부정적 영향이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며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유동성 보강조치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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