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집 옆 커피집..커피값 1000원대 경쟁

2016. 1. 1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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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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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빽다방’이었다. 지난해 커피시장의 지각변동은 ‘1000원대 커피’에서 비롯했다. 앞서 ‘별다방’, ‘콩다방’ 등의 애칭으로 불리던 4천~5천원대 커피전문점들은 ‘밥값 못잖은 커피값’이라는 눈총을 받으면서 커피시장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저가형 브랜드라고 해도 ‘이디야’처럼 2천원대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1000원대 커피전문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다. 고용 한파와 불황 분위기에서 “싸다” “크다”를 외치는 저가형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예비 창업자들에게 ‘카페 사장님’의 꿈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다.

저가형 커피전문점 1년새 우후죽순
별다방·콩다방 뒤통수 뜨끔할 판

‘백주부’ 인기 업은 ‘빽다방’이 기폭제
고용한파에 얇아진 지갑 사정 맞물려
가맹점 수 1년 만에 16배로 ‘훌쩍’
다른 저가형 브랜드도 뒤따라 급증세

“천원 커피 월 2만잔 팔아야 본전”
웬만큼 팔아선 수익 맞추기 어려워
커피 가맹점 연 40% 급증 부담으로
치밀한 창업전략 없인 생존 어려워

빽다방은 최근 방송활동으로 유명해진 백종원(50)씨의 요식업체 더본코리아 계열이다. 이 업체는 ‘한신포차’, ‘새마을식당’ 등의 가맹사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빽다방의 출발점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잘나가던 스타벅스를 패러디해서 로고까지 본뜬 ‘원조벅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가맹사업을 목적으로 만든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서정욱 더본코리아 관리지원본부장은 “회사 모태가 된 서울 논현동의 ‘원조쌈밥’ 매장 모서리에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커피매장을 연 게 시작이었다. 고기를 먹고 난 손님들한테 서비스 차원에서 커피를 저렴하게 팔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타벅스 쪽의 항의로 2007년 원조벅스는 ‘원조커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이어 이듬해 빽다방이란 브랜드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후 빽다방은 더본코리아 계열 가맹점주가 자기 가게 안에서 자그마하게 운영하는 ‘숍인숍’ 형태로 명맥을 이어왔다.

이런 빽다방이 가맹사업에 본격적으로 눈을 돌린 것은 2014년 말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백종원 대표가 2015년 한해 동안 ‘백주부’라는 별칭을 얻을 만큼 인기를 끌자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며 가맹 문의가 급증했다. 빽다방 가맹점은 2015년 말 기준으로 415개로 늘었는데, 이는 한해 전 25개에서 16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대표적 커피전문점 브랜드인 스타벅스가 840개 매장이니 만만찮은 규모로 커진 셈이다.

빽다방만이 아니다. 이어 ‘1000원대 커피’를 파는 저가형 커피전문점 브랜드가 앞다퉈 생겨났다. 또 기존의 저가형 브랜드들도 새삼 재조명을 받으며 가맹점포를 크게 늘리고 있다. 2011년 문을 연 저가형 커피전문점 ‘커피에반하다’는 2013년 160개 점포에서 2014년 230개로, 지난해에는 320개로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저가형 커피 가맹사업에 창업자가 몰리는 것은 불황 속에서 작은 규모에 낮은 비용으로 시작할 수 있고, 다른 창업에 견줘 노동 강도도 약한 편이어서 여러모로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업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예비 창업자들이 너도나도 나서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고, 마진이 박하니 웬만큼 매출을 키우지 않고는 투자비와 인건비를 건지기가 쉽지 않다.

ㄱ씨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2013년부터 2년 넘게 저가형 커피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직장이 따로 있는 ㄱ씨는 아내가 운영을 맡을 생각으로 이 가게를 열었다. 66㎡ 매장을 열기 위해 임대보증금을 빼고 가맹점 가입비, 인테리어 비용, 집기 구매비 등 1억3천만원을 투자했다. ㄱ씨는 “커피 장비나 인테리어에 욕심을 내면 비용이 더 올라가서 형편 선에서 예산을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매장의 한달 운영비는 1800만~1900만원이다. 임대료가 200만원, 전기료 등 관리비가 100만원, 아르바이트생 2명의 인건비가 300만~400만원, 원두 등 재료비가 1200만원이 든다. 억대 투자비를 고려하면 매장관리자인 아내의 인건비는 접어둔다 해도 월 매출이 2000만원은 되어야 손익분기점을 넘는다. 이 가게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1000원이니, 산술적으로는 매달 2만잔, 하루 666잔을 팔아야 겨우 수지를 맞출 수 있는 셈이다.

그나마 ㄱ씨네 매장은 장사가 잘되는 곳으로, 같은 브랜드 가맹점 가운데 상위권에 든다. ㄱ씨는 “하루에 800명씩 손님이 꾸준히 오는데다, 저가 커피 말고도 단가가 높은 음료를 많이 팔아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며 “1000원 아메리카노는 마진이 200~300원밖에 안 남는다”고 말했다.

상권 내 경쟁은 치열하다. ㄱ씨가 운영하는 반경 250m 남짓 상권에는 스타벅스와 커피빈 매장을 비롯한 카페가 모두 17개나 된다. 그나마 2년여 사이에 수많은 가게가 생겼다가 사라지길 반복한 결과다. 2개층 규모의 대형 프랜차이즈도 두 차례나 문을 닫았고, 다른 저가형 매장 하나도 폐점 뒤 공실로 남아 있다. ㄱ씨는 “점심때 우리 매장에서 줄서서 커피를 사가는 사람들을 보고 여러 사람들이 도전을 했다. 그런데 가게를 열고 2~3개월 뒤 개점효과가 사라지면, 다들 유지하는 것마저 버거워했다”고 말했다.

창업 뒤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든 듯해도 워낙 경쟁자가 밀려드니 순식간에 판도가 바뀌기도 한다. 서울 개봉동에서 2010년부터 5년간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던 이아무개(43)씨는 임대보증금을 빼고 4억5천만원을 투자했지만, 억대 빚만 떠안은 채 가게를 접었다. 이씨는 개봉역 근처에서 2개 층 165㎡ 규모로 가게를 열었다. 개점 초기에는 이씨의 가게를 포함해 주변에 커피전문점이 두 곳밖에 없었다. 한달 매출이 6000만원으로, 모든 비용을 제한 순수익률이 25%여서 장사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경쟁 매장이 잇따라 생기면서 매출과 수익은 곤두박질쳤다. 가맹본부가 무차별로 가맹점을 늘리면서 200m 거리에 같은 브랜드 매장이 생겼다. 이씨의 매장은 개점 당시 300번대 초반의 가맹점이었지만, 지금 이 브랜드는 900호 출점을 훌쩍 넘겼다. 결국 주변 경쟁자가 10곳이 된 지난달엔 매출이 300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4년 만에 반토막이 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씨는 건물주의 퇴거요구로 지난달 가게 문까지 닫은 상태다. 이씨는 “커피점 차려서는 잘해야 먹고사는 수준이지 큰돈 벌기는 어렵다. 주기적으로 새단장하고 장비를 바꾸는 비용도 만만찮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에도 가맹사업형 커피전문점 증가세는 폭발적이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서비스업부문 조사’를 보면, 2014년 커피전문점 가맹점 수는 1만2022개로 2013년(8456개)보다 3500여개, 42.2%가 늘었다. 총매출액도 1조3300여억원에서 2조200여억원으로 52%나 불어났다. 최근 저가형 커피전문점 가맹사업의 약진 추세를 볼 때 2015년에도 매장 수는 크게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트렌드 변화에 따른 커피시장의 성장으로 볼 수도 있지만, ‘고용 불안’이란 사회적 부담이 요즘 창업 트렌드의 중심에 있는 저가형 커피전문점 분야로 지나치게 몰려드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른 분야 가맹점 증가율은 두번째로 높은 한식 프랜차이즈도 11.9%에 그친다.

통계청 자료는 커피전문점의 가맹점당 연간 매출액을 1억6820만원으로 집계했다. 월 1400만원꼴이니, 앞서 1000원 커피전문점을 차린 ㄱ씨의 경우라면 월 2천만원 손익분기점에 크게 못 미쳐 당장 문을 닫아야 하는 수준이다. 이는 전통적 공급과잉 업종인 치킨집(1억1410만원)과 주점(1억3170만원)에 이어 세번째로 영세한 매출 수준이기도 하다. 강병오 중앙대 산업·창업경영대학원 글로벌프랜차이즈학과장은 “저가형 커피전문점은 최근 공급 과잉이 심해진데다, 고급 커피점과 편의점의 1000원 커피 공세와도 경쟁해야 해서 고전이 예상된다”며 “안팎으로 위기가 도래하는 지금, 저가형 커피전문점도 결국 소수 브랜드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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