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같은 겨울 ①] 이상고온에 '웃음'이 사라졌다..유통가 '눈물의 떨이'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겨울 패딩은 12월이 대목인데, 거의 팔리지 않고 남아 돌고 있어요. 재고라도 줄여야 하는데 고객들이 눈길도 주지 않아요.”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아웃도어브랜드 점원의 하소연이다.
대규모 세일이 이어지면서 호조를 보였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이상고온에 직격탄을 맞았다.
18년만의 슈퍼 엘니뇨로 봄 같은 겨울이 이어지면서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겨울철 주력상품인 패딩과 난방용품 등이 잘 팔리지 않아서다. 맹추위가 있을수록 주력상품이 정가로 팔리면서 매출을 견인했던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 3일 부산의 낮 최고 기온은 16도를 넘어섰고 서울도 9도까지 올라갔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8일까지 평균기온은 영상 1.7도로, 전년 12월 평균기온 -2.9도 보다 약 5도 가까이 더 높았다.
이로 인해 아웃도어 등 겨울용품은 아예 소비자들의 쇼핑 목록에서 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추워야, 더 추울수록 소비자들이 두툼한 외투를 찾는데 춥지 않으면 굳이 겨울용품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짙어 매출에 타격을 입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대신 봄에 잘 팔리는 캠핑ㆍ골프용품들이 쇼핑목록의 상단을 차지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의 아웃도어 상품 12월 매출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5.3% 감소했고, 모피는 8.6%나줄어들었다. 특히 눈이 내리지 않으면서 방한부츠와 레인부츠가 고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백화점 부츠 매장에는 고객의 발길을 기다리는 부츠들이 길게 진열돼 있는 진풍경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별로 다르지 않다. 12월 매출실적을 보면 여성의류는 전년동기 대비 -5%, 남성의류는 -8%, 아웃도어는 -9.6%. 머플러와 장갑과 같은 겨울 아이템은 -9.3%로, 전체적으로 실적이 부진했다.
대형마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형마트의 경우 겨울 의류 매출이 마이너스 10%이상 줄었고 전기히터, 전기매트 등 난방가전용품 매출은 마이너스 31.2%를 기록하기도 했다. 목도리와 장갑 매출도 각각 50%, 62%나 하락했다. 한겨울 간식거리인 호빵과 즉석어묵도 매출이 전년대비 20~30% 감소했다.
유통 관계자는 “추울때 추워야 하는데, 이상기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봄날씨 상황이 되자 전반적으로 유통가는 폭탄을 맞은 분위기”라며 “문제는 앞으로도 추위가 덜하면 영향을 계속 받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겨울 상품구성 자체를 획기적으로 변화를 줘야 한다는 자조섞인 얘기들이 유통가에선 오고가고 있다”고 했다.
겨울철 전통적인 인기상품인 차(茶)류 매출은 10%가량 줄고, 봄과 여름철에 인기인 음료의 매출은 소폭 증가한 것도눈에 띈다. 특히 겨울철인데도 아이스커피 등이 잘 팔리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이 지속되는 데다 예상외로 따뜻한 날씨로 겨울의류, 난방용품 판매가 저조한 점이 매출 감소의 원인”이라며 “이상기온이 바꿔놓은 유통의 새로운 세상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했다.
유통업계가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는 것은 ‘신년 폭탄세일’이다. 백화점은 신년세일에 집중한 덕에 매출이 조금 회복됐다. ‘눈물의 떨이’인 셈이다.
롯데백화점은 패션, 잡화, 생활가전 등 930여개 브랜드를 신년세일에 참여시켰다. 현대백화점도 아웃도어 상품을 최대 70% 할인 판매했다. 첫날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30~40% 이상 늘어났다. 지난 겨울 정기세일의 매출 신장률이 5~7%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실적인 것은 사실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그렇지만 하루 매출 실적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매출 신장세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며 “당분간 떨이 성적을 봐야 전체 흐름을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편 온라인과 모바일 마켓은 ‘파격가 상품’과 ‘빠른 배송’을 무기로 겨울철 대목을 누리고 있다.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는 전년동기 대비 30% 매출신장을 기록했다.
이정환 기자/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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