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계 빚 부담 늘어나는데 정부 신용 왜 좋아지나..국가신용등급의 '역설'

박병률 기자 2015. 12. 20.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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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 한 단계 상향 '역대 최고'로"가계·기업, 정부 빚 짊어진 결과.. 소비·투자 축소로 내수 회복 지체"

가계와 기업의 부채 증가로 국내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가신용등급은 역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의 높은 신용등급은 정부가 져야 할 빚이 가계와 기업에 이전된 결과로 ‘국가신용등급의 역설’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지난 19일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3에서 Aa2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고 기획재정부가 20일 밝혔다. 한국이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받은 신용등급 중에서 가장 높은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도 한국 위에는 미국, 독일, 캐나다, 호주, 영국, 프랑스 등 6개국밖에 없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 3년간의 경제성과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한국의 신용등급을 Aa2로 상향조정한 것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국가신용등급 평가 때 신평사들이 가장 많이 보는 지표는 국가의 부채규모와 상환능력이다. 무디스는 “한국은 2010년 이후 통합재정수지(국민연금 등 연금을 포함한 재정수지)가 흑자기조를 유지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도 40% 수준으로 유지할 것을 예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부채관리를 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기업과 가계가 빚을 짊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자료를 보면 올 1분기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한국은 84.0%로 18개 신흥국 중 가장 높다. 비금융 기업부채비율은 GDP 대비 106%로 18개 신흥국 중 4번째로 높다. 금융기업 부채비율도 86%로 3번째다. 정부 부채비율(11위)과 비교해보면 가계와 기업의 부채 수준이 매우 높은 것이다.

정부가 지출을 확대하면 가계와 기업의 빚증가가 억제된다. 정부 지원을 받아 생활비와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부가 지출을 줄이면 가계와 기업의 빚이 늘어난다. 필요자금을 금융권에서 직접 차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계와 기업의 빚이 많으면 내수회복이 지체된다는 점이다. 가계는 빚을 갚기 위해 소비를 축소하고, 기업은 고용과 투자를 줄이게 된다. 또 위기가 닥칠 때 기업과 가계는 쉽게 충격을 받게 된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신용등급은 다른 나라와 상대평가인데다 채권을 얼마나 잘 상환하느냐를 주로 따지기 때문에 이를 경제 전체 성적표인 것처럼 하다보면 착시가 생길 수 있다”며 “가계와 기업의 빚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가신용등급만 올라가는 상황을 결코 좋다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국가신용등급이 낮으면 차입이자가 높아져 가계와 기업 모두가 고통을 겪는 만큼 국가신용등급을 최우선적으로 방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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