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기업 "제주에 9兆 투자".. 실제론 4900억

이석우 기자 2015. 12. 9.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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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표 남발하는 중국 자본] 직접투자 실적, 목표액 5% 불과 "개발 수익보다 땅 투기" 의혹, 지자체간 과열 유치경쟁도 한몫 7개社 군침 카지노 복합리조트 '5000만달러 先입금' 조건 달자 영종도에 중국계 단 한곳만 신청
1兆 투자한다더니… 7년째 텅텅 - 8일 제주도 이호동 이호해수욕장 근처의 이호유원지 전경. 캐러밴(이동식 숙박 시설)만 듬성듬성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은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 대규모 유원지로 조성될 예정이었으나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오재용 기자

8일 오후 찾아간 제주시 이호해수욕장 인근 이호유원지 사업부지는 황무지나 다름없었다. 바다를 매립한 땅(8만8000㎡)에는 차량 이동식 숙박 시설인 캐러밴 10여개만 눈에 들어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이곳에는 워터파크와 마리나 등 해양관광 시설이 들어서 있어야 했다.

2002년 처음 시작된 이 사업은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8년 중국 번마(奔馬)그룹이 뛰어들면서 정상화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사업은 한 발짝도 진척되지 않았다. 인근 주민은 "중국 기업이 1조원이 넘는 돈을 투자한다고 거창하게 발표하더니 7년째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카지노 복합리조트(IR) 등 국내 대형 개발 프로젝트에 이른바 '차이나 머니'가 대거 상륙하고 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소리만 요란할 뿐 실제 투자 성과가 미미해 빈 수레에 그친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주도의 경우 2010년 이후 9조원 가까운 돈을 투자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투자 실적은 5%에 불과하다. 중국계 자본을 주축으로 30여개 회사가 군침을 흘렸던 국내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자 선정에는 단 2곳만 신청했고, 중국계는 한 곳 뿐이었다.

◇중국 자본 "제주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

중국 기업의 국내 투자가 가장 활발한 곳은 제주도다. 중국 관광객 급증과 부동산 투자이민제 도입 이후 차이나 머니의 리조트 개발 바람이 거셌다. 현재 중국 자본으로 추진되는 대형 프로젝트만 15개에 달한다. 이들 사업에 총 8조8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 중국 자본이 실제 투자한 금액은 4900억원가량으로 5.6%에 불과하다. 15개 프로젝트 중 중국 기업 직접 투자금액이 당초 목표치의 10%도 안 되는 프로젝트가 8개로 절반이 넘는다.

일부 중국 기업은 아예 철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제주도가 중국 기업 투자가 집중된 숙박시설 분양 위주의 개발 사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중국 기업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땅을 투자한 금액에 다시 팔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제주에서 철수하겠다"고 말했다.

◇카지노 리조트 신청도 달랑 2곳

중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됐던 '카지노 복합리조트사업'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1차 사업자 신청을 받을 당시에는 34개 기업이 대거 신청해 과열(過熱) 조짐까지 보였다. 당시 사업 신청기업 중에는 중국계 자본만 7곳이었다.

하지만 지난달 말 최종 사업자 신청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문광부가 외국인 투자금 5000만달러(약 581억원)를 사전에 입금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더니 이를 충족시킨 업체는 단 2곳에 그쳤다. 그나마 중국계 자본은 인천 영종도의 홍콩계 임페리얼퍼시픽 1곳 뿐이다.

이뿐이 아니다. 부산 해운대에서도 국내 최고층 주거 시설인 '엘시티' 개발 사업에 중국 기업이 1조원을 대주기로 했지만 막판에 없던 일이 됐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를 만나면 처음엔 당장이라도 4000억~5000억원을 투자할 것처럼 얘기하다가 막판에는 '땅을 헐값에 넘기라'는 등 황당한 요구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자본 유치에 지나치게 매달려

중국 자본이 매번 '공수표'만 날리는 것은 아니다. 자본 시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투자 실행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중국 기업의 한국 기업 지분 투자는 올 들어 12억5400만달러(약 1조4531억원), 투자 건수도 28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1700만달러)의 20배에 육박한다.

하지만 대형 개발 사업에서만 유독 중국 자본들이 공수표를 남발하는 이유에 대해 애초부터 중국 자본들이 '땅투기'를 목적으로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에선 중국 기업이 땅값의 일부만 내고 사업권을 확보한 뒤 땅값이 오르면 이른바 '프리미엄'을 받고 되팔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국 기업과 지자체가 지나치게 중국 자본에 매달리는 것도 문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박사는 "너도나도 중국 자본 유치에 매달리다보니 자격미달 중국 기업들이 투자자로 들어왔다가 오히려 사업이 엉망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충기 경희대 교수는 "카지노 복합리조트 사업의 경우 국내에서만 16개의 외국인 카지노가 운영 중인데, 카지노 허가권만 주면 중국 기업이 수천억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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