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1200조 시대]빚에 담보 잡힌 노년..학자금, 집담보 늙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입력 2015. 11. 2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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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60대 초반인 A씨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나오는 연금 생각에 노년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내 아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갑자기 대학원을 가겠다고 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대학까지만 부모 몫이라고 아이들에게 누차 다짐했지만, 대학원 학비를 모른체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50대까지 집이며 아이들 교육비며 빚 갚느라 허덕였는데, A씨는 60대가 되서도 여전히 빚의 올가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KDI 김지섭 연구위원이 최근 내놓은 ‘고령층 가계부채의 구조적 취약성’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가운데 중고령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하고 있어 향후 가계부채 문제가 고령층을 중심으로 나타날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부채는 총량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81%(2014년 기준)까지 상승했는데, 이 가운데 50대 이상의 중고령층 가구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4년 41%에서 2014년 53%까지 확대됐다. 

우리나라는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상환 부담 역시 주요국 가운데서 가장 심각한 상태로 조사됐다.

전 연령층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미국 등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데, 60대 이상 고령층의 소득대비 부채비율도 전연령층보다 유일하게 높은 국가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60대 이상 고령층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로 전 연령대 평균인 128%를 큰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이 비율은 비교가능한 국가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에서는 60대 이상 가구의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 연령대의 평균보다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주요국의 경우 생애주기에 걸쳐 가계부채를 점진적으로 축소시켜 온 데 비해 우리나라는 이런 조정이 지연된 데 기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교육비와 주택담보 대출 등 각종 대출이 조기에 조정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KDI 보고서에서도 우리나라 가계는 미국(40대 중반)에 비해 약 7~9년 정도 늦은 50대에 이르러서야 부채를 축소시키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부채상환 지연은 40대 가구가 과도한 자녀 교육비 지출 때문에 저축 성향이 낮은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김지섭 연구위원은 “고령층은 거시금융여건이 악화돼 차환이 어려워질 경우에도 낮은 소득 안정성 때문에 가계 부채 상환부담에서도 더 크게 노출될 것”이라며 고령층 부채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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