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빚 독촉..주주돈으로 돌려막는 코스닥

반준환 기자 2015. 10. 3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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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증자, 사상최대 수준..하반기에만 1조6828억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코스닥 증자, 사상최대 수준…하반기에만 1조6828억]

금융권이 대출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코스닥 시장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구조조정 대상은 아니지만 부채비율이 높은 기업이 많은 코스닥에 은행의 대출상환 요구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 은행 빚을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 유상증자'가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결정한 코스닥 기업은 총 121곳(공시기준)으로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6828억원에 달해 사상최대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코스닥 유상증자 공시는 상반기 102건(7376억원), 하반기 111건(7505억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104건(8578억원)으로 예년수준을 유지했으나 하반기 들어 부쩍 증자가 늘고 있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연말까지 시간이 있어 코스닥 기업들의 유상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코스피 증자는 지난해 상반기 46건, 하반기 55건에 이어 올해 상반기 52건, 하반기 36건 등으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설비투자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증자를 하는 경우가 있지만 최근에는 금융권 차입한도가 줄어들거나 거래은행에서 기존 여신을 회수하는 바람에 울며 겨자 먹는 식으로 증자에 나선 곳이 대다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한계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은행 영업점에서 부채비율이 과도한 기업들을 선제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만 해도 7~8곳 코스닥 기업에서 올 연말까지 은행여신을 줄여야 한다며 유상증자 참여를 제안 받았다"고 말했다.

한 은행 지점장은 "정상여신까지 줄이라는 지침은 없었지만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신용등급이 하락했거나 부채비율이 과도한 곳, 이자보상 비율이 낮은 곳 등은 지점 차원에서 여신을 줄여나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또 "기업의 경영실적이나 재무현황이 예전과 같아도 대출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년에는 미국을 시작으로 금리인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고, 이렇게 되면 늘어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할 곳들이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이자보상비율이 1 이하인 상장사는 총 355곳이다. 물건을 팔아 번 돈으로 은행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금리가 올라가면 이런 기업들이 더욱 늘어난다.

특히 싼 금리를 활용해 대출을 늘려 시설 투자에 나선 기업들이 가장 큰 문제다. 흑자는 내고 있으나 부채비율은 과도하고 아직 빚을 갚을 정도로 이익은 쌓이지 않은 곳들이다.

한 코스닥 기업 대표는 "2년 전 설비를 확장하며 은행에서 180억원 가량의 대출을 받았는데 부채 때문에 하반기 신용등급이 떨어졌다"며 "얼마 전 은행에서 현재 200%인 부채비율을 100%로 내리지 않으면 모든 여신을 회수하겠다는 통보가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연말까지 20억원, 내년 1월 40억원을 추가로 상환해야 하는 일정인데 고심이 많다"며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으로 급한 불은 끌 수 있으나 이는 부채비율을 다시 올리는 부작용이 있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생각 중"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기업은 유상증자 과정에서 최대주주 지분율이 크게 낮아지고, 심한 경우는 오너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상반기 기준 코스닥에서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기업은 60곳에 달하고, 100~200% 구간에는 175곳 기업이 포함돼 있다.

반준환 기자 abc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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