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 줄었다고? 착시입니다"

나지홍·곽창렬 기자 2015. 10. 1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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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률 7.9%로 떨어졌지만 정규직 줄고 비정규직 늘어 구직 포기자도 작년보다 증가

지방 국립대를 졸업하고 2년 전 서울에 올라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김서진(26·가명)씨는 편의점에서 시간당 7000원짜리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요즘 김씨의 가장 큰 고민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 이런 생활이 평생 갈 것 같다는 두려움이다. 김씨는 “내일은 오늘보다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사는 게 참 힘들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김씨가 통계상으론 취업자로 잡힌다. 우리나라가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따라 일주일에 1시간 이상만 일하면 취업자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10%를 넘던 청년실업률(15~29세)이 9월엔 10개월 만의 최저치인 7.9%로 떨어졌다고 통계청이 14일 밝혔다. 작년 9월(8.5%)에 비해서는 0.6%포인트, 전달인 8월(8.0%)보다 0.1%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청년 취업자 수는 작년 9월 386만5000명에서 지난달 395만6000명으로 9만1000명 늘었고, 실업자 수는 같은 기간 35만8000명에서 34만1000명으로 줄었다. 통계 숫자상으로는 청년 고용 상황이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착시(錯視)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질적(質的)인 측면에선 청년들의 고용 상황이 별로 나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취업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지레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가 작년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업자나 마찬가지인 구직단념자가 늘어나면 실업자 수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한다. 9월 구직단념자는 48만8000명으로 8월(53만9000명)보다는 줄었지만, 작년 9월(46만3000명)보다는 2만5000명 늘었다.

또 늘어난 일자리가 정규직보다 주로 아르바이트와 같은 시간제와 비정규직에서 생겼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시간제 근로자가 많은 주당 53시간 이하 취업자는 작년 9월 1974만5000명에서 지난달 2019만8000명으로 2.2%(45만3000명) 늘어난 반면, 정규직 비중이 높은 주당 54시간 이상 일자리는 1년 전보다 1.2%(583만2000명576만명) 줄었다. 한국노동연구원 김복순 전문위원은 “실업률이나 취업자 수 같은 양적인 지표가 청년실업난이 완화된 것처럼 보이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에게 주어져야 할 양질(良質)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는 통계청이 매년 3월마다 실시하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청년층 일자리 가운데 시간제 비중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 7.6%로 낮았지만, 올해는 15.1%로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또 청년층 취업자 가운데 비정규직 비중은 33%로 모든 연령대 평균(32%)보다 높다. 특히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일자리를 찾는 신규 대졸자 실업률은 33.9%로 청년층 전체 실업률의 3배를 넘는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이달 초 ‘청년층 노동력과 일자리 변화’라는 보고서에서 “청년층 취업자의 80%가 임금 수준이 제조업보다 낮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는 데다 청년층 인구의 감소에도 시간제와 비정규직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작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청년층 고용 증가와 실업률 하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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