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 정부, 론스타·만수르 이어 3번째 ISD..이란 가전회사 엔텍합

김지환 기자 2015. 9. 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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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론스타, 만수르 회사에 이어 세 번째 투자자-국가 간 국제중재(ISD)에 휘말렸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이란계 가전업체 엔텍합그룹이 이달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국제중재 전문매체 ‘GAR’에 따르면 엔텍합은 지난 10일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규칙에 따라 “한국 정부(자산관리공사)가 한·이란 투자보장협정(BIT)을 위반했다”며 ISD를 제기했다. 엔텍합이 지난 2월19일 한국 정부를 국제중재에 회부하겠다는 의향서를 보내온 지 7개월 만에 공식 중재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ISD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 유치국의 법령·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투자자 편향적이며 국가 공공정책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과정에서 대표적 독소조항으로 지목됐다.

엔텍합은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를 현지에서 “삼성·LG와 함께 3대 브랜드로 키우겠다”며 대우일렉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그해 4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11월엔 인수대금의 10%(578억원)를 채권단에 지급했다. 당시 대우일렉의 대주주는 자산관리공사(캠코)였으며, 주채권은행은 우리은행이었다.

엔텍합은 한 달 뒤인 12월 매매계약에 따라 매수자금 조달의 확실성을 증명할 수 있는 투자확약서(LOC)를 채권단에 제출했다. 추가 납부해야 할 4174억원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엔텍합 등 명의의 투자확약서였다. 하지만 채권단은 투자확약서 하자를 이유로 2011년 5월 엔텍합과의 매매계약을 해지했고, 계약금 578억원을 몰취했다.

2013년 1월27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주이란대사관 정문 앞에서 이란계 가전회사 엔텍합그룹 전·현직 직원 500여명이 대우일텍트로닉스 인수 계약금 578억원을 돌려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이란 한국대사관 제공

그로부터 6개월 후 서울중앙지법은 채권단이 계약금을 돌려주되, 엔텍합은 대우일렉의 외상 물품대금 3000만달러를 갚으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엔텍합이 계약 해지 과정에서 3000만달러 지급을 미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조정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2년 2월엔 엔텍합이 제기한 우선협상대상자 임시지위보전 등 가처분도 서울중앙지법에서 기각됐다. 법원은 “투자확약서 하자에 따른 계약 해지가 정당하다”고 본 것이다. 그해 10월엔 주이란 한국대사관 앞에서 엔텍합 직원들이 “계약금을 돌려달라”며 대규모 시위를 벌여 외교문제로도 비화했다. 이후 대우일렉은 2013년 동부그룹에 인수돼 동부대우전자로 사명이 바뀌었다.

이번 ISD가 론스타, 만수르 회사(네덜란드 하노칼) 때와 다른 점은 중재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론스타, 만수르 회사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가 중재기관으로 관여하고 있다. 하지만 엔텍합은 중재기관의 관여가 없는 임의중재(ad hoc arbitration) 방식을 선택했다. UNCITRAL은 중재기관이 아니며 중재규칙만 만들어서 누구나 사용하게 하고 있다. 임의중재는 중재기관이 없기 때문에 기관중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명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예를 들어 론스타 사건의 경우 ICSID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중재 진행 일정이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등 간략한 정보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임의중재는 중재기관이 없기 때문에 당사자만 진행 상황을 알 수 있다.

엔텍합은 이미 다국적 로펌인 ‘쓰리 크라운스(Three Crowns)’의 파트너인 변호사인 얀 폴슨을 중재인으로 지명했다. 엔텍합이 한국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금액은 몰취된 계약금 578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쓰리 크라운스(Three Crowns)’의 파트너 변호사인 얀 폴슨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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