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불안' 고려한 美 금리동결..韓경제 영향은?

김슬기 2015. 9. 1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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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신흥국 경기 고려..불확실성 증대한국 통화정책 공간 생겼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7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 금리를 현 0~0.25%로 동결했다.

지난 5월 재닛 옐런 의장이 로드아이랜드 주에서 한 연설에서 "올해 안 어느 시점에" 금리인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9월 금리인상설'은 거의 확실시 됐으나 중국 경기둔화에 따른 신흥국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미국의 초저금리 시대가 연장된 셈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차별적인 통화정책을 가져갈 시간을 벌었으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 연준, 처음으로 신흥국 경기 둔화 고려한다고 밝혀

이번 FOMC에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미 연준이 글로벌 경제 상황을 앞으로 정책 결정에 참고하겠다고 한 점이다. 그간 미 연준은 금리 인상의 필요조건으로 완전 고용과 함께 인플레이션 목표 2% 달성을 제시해왔다.

고용개선은 뚜렷했다. 2009년 10월 10%까지 올랐던 실업률은 작년 9월 5.9%로 4년 만에 처음으로 5%대로 떨어졌다. 8월에는 5.1%로 미 의회 예산국(CBO)이 추정하는 자연실업률 5.45%를 밑돌았다. 하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의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7월 1.2% 상승을 보여 전월보다 0.1%p 후퇴했다.

또한 연준은 이번 FOMC 결정문에서 '글로벌 경제 금융상황'을 처음으로 고려하겠다고 언급했다. 옐런 의장은 이날 금리 동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최근 들어 해외 경제전망이 더욱 불확실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국과 다른 신흥시장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가 미국의 성장세를 제약한다는 의미였다.

이에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의 금융 전문 칼럼리스트인 제임스 사프트는 "연준이 스스로를 중국이라는 돛대에 옭아맨 꼴"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이 자국의 경제를 재편하는 과정인데 이를 기준으로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판단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최호상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대외요인의 불확실성 해소 여부에 좌우될 소지가 있다"며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 등 신흥국 경제와 금융시장의 불안이 상존하고 있어 향후에도 금리인상 결정의 관건의 작용할 것이다. 신흥국은 구조적 취약성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

미국이 대외 경제의 불안이 커짐에 따라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으나 불확실성은 제거되지 않았다.

18일 오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시중은행장들을 초청해 연 금융협의회에서 "재닛 옐런 미 연준 의장의 발언이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으로 해석되지만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이날 "금리 유지는 계속돼 온 금융시장 불안을 다소 완화할 요인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여전히 금리인상 개시 시점의 불확실성이 남아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진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는 매우 비둘기파적이기는 했으나 금리 동결 발표 이후 미국의 시장 흐름은 불확실성 확대를 여실히 반영하는 모습"이라며 "시장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정책 불확실성 확대까지 반영할 것"이라며 "정책 불확실성이 결국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서 파생된 점을 감안하면 중국의 경기 회복이 확인되는 시점까지 변동성 확대 국면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스멀스멀 피어나오는 韓 '금리인하'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채권시장에서 국고 3년물은 전 거래일에 비해 0.048%p 하락한 1.635%로 마감하면서 연내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단기물, 장기물 가리지 않고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부터 4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내려 연 1.5% 수준까지 떨어졌으나 경기회복세가 아직 지지부진할 뿐 아니라 미 연준의 동결로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경제 둔화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연준은 12월에 금리인상을 시작하겠지만 내년 말까지 0.75%를 넘지는 않을 것이다. 4분기 중 국내경제의 성장률 하향조정과 금리인하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공동락 코리아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기 여건은 지난 7월 한은의 전망치 하향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상치인 2.8% 달성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미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은 다시 채권시장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슬기 기자 ssg1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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