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일본의 방해를 이겨낸 참다랑어 양식

표언구 기자 입력 2015. 9. 7. 09:40 수정 2015. 9. 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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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금오도 근해에서 한 어민이 설치한 정치망(定置網)에 몸무게 3kg 정도의 어린 참다랑어 118마리가 잡혔다. 소식은 금방 국립수산과학원에 알려졌다. 어민들과 MOU까지 체결하고 참다랑어 치어가 잡히길 기다리던 중이었다. 연구원들이 급히 출동했다. 그물에 걸린 참다랑어는 소중하게 한 마리 한 마리씩 이동이 가능한 가두리로 옮겨졌다. 뜰채가 이용됐다. 비벼도 상처가 잘 나지 않는 특수 재질이었다. 피부에 비늘이 없어서 쉽게 상처 나는 참다랑어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가두리로 옮겨진 참다랑어는 다시 거문도 가두리 양식장으로 옮겨졌다. 이동에만 37시간이 걸렸다. 민감하면서도 난폭한 성격의 이 물고기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최대한 속도를 늦췄다. 5년 전인 2011년의 일이다.

최근 찾아간 거문도 양식장에서는 참다랑어의 사랑이 한창이었다. 5년을 자란 참다랑어의 평균 몸무게는 65kg이었다. 직경 20m의 양식장은 아주 비좁아 보였다. 5년 사이 20마리가 죽었다. 이제 98마리 남았다. 산란을 앞둔 암컷은 몸에 선명하게 파란색 줄이 나있었다. 야광처럼 빛이 나는 아름다운 푸른빛이었다. 암컷이 유영을 하면 수컷이 바짝 뒤따랐다. 암컷이 알을 낳는 순간 수컷은 정액을 발사했다. 수면에는 물보라가 생겼다. 수정이 되는 순간이다. 알이 수정되면 수면에 떠올랐다. 연구원들은 조심스럽게 수정란을 수집했다. 국내 최초로 세계에서는 일본에 이어 2번째로 참다랑어 수정란을 수집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수집된 수정란은 제주도의 미래양식연구센터로 옮겨졌다. 수산과학원 산하기관이다. 수정란 30만개 중 95%가 부화됐다. 놀라운 부화율이다. 이제 남은 것은 부화된 어린 참치를 몸무게 1kg 이상까지 키우는 일이다. 그 정도만 키우면 폐사 위험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1kg까지 키우는 기술은 충분히 축적됐다. 1kg 정도의 치어를 60kg 이상의 성어로 키우는 기술도 충분하다. 수산과학원의 참치 박사들은 단지 시간  문제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도 참치 완전양식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본격 연구가 시작된 지 10년이 채 안됐다.

자연에서 어린 참치 치어를 잡아 키운 뒤 시장에 내놓는 것은 ' 불완전 양식'이라고 한다. 유럽이 그렇게 양식을 한다. 치어를 키워서 부모 참치로 키운 뒤 수정란을 얻고 그 수정란을 부화시켜서 다 큰 참치로 키우는 것이 이른바 '완전 양식'이다. 일본은 반세기 가까운 연구를 통해 이 완전양식에 성공했다. 한국이 참치 양식 연구를 시작하자 일본은 모든 정보를 차단했다. 수정란이나 치어의 반출도 엄격하게  금했다. 가까운 일본이 이렇게 치사한 짓을 하는 바람에 비행시간만 20시간이 넘는 유럽까지 가서 수정란을 수입해야했다.

그래서 우리의 참다랑어 양식 연구는 자연에서 치어를 잡아 키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치어를 잡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민들은 참다랑어 치어를 잘 몰랐다. 기후 변화가 조금 도움을 줬다.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먹이를 찾아 남해 바다를 찾는 참치 치어들이 약간 많아진 것이다. 수정란을 수입하기도 했다. 지중해 몰타공화국에서 수입했다. 부화율은 절반도 안됐다. 아예 부화된 치어를 수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구한 참다랑어 치어를 키우기 시작했다. 2007년 통영 욕지도에서 민간 회사가 처음 시작했다. 2년 뒤에는 제주도 먼 바다 수중에 가두리 양식장이 만들어졌다. 수심 15m 아래에 양식장을 만든 것이다. 세계 최초였다. 육상에 수영장 같은 양식장을 만들어 치어를 키우기도 했다.

겨울을 나는 것이 문제였다. 수온이 낮으면 어릴수록 폐사율이 높았다. 수온이 10도 아래로 내려가면 위험했다. 다행이 제주도는 최저 수온이 13도, 통영이나 거문도는 10도 이상 됐다. 민감하고 난폭한 특성도 양식을 어렵게 했다. 어릴수록 덩치 큰 놈이 적은 놈을 잡아먹는 이른바 ‘공식(共食) 현상’이 심하다. 흥분하면 자기들끼리 충돌해 죽기도 한다. 쉬지 않고 움직이는 특성이 있어 양식장도 충분히 커야한다. 참치는 호흡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는다. 부화해서 죽을 때까지 입을 반쯤 벌린 채 유영을 계속한다. 호흡에 필요한 산소를 얻기 위해서다. 휴식은 어떻게 할까? 수산과학원의 강희웅 연구관은 뇌가 나뉘어져서 반쪽이 활동하는 동안  반쪽은 쉰다고 말했다.

치어는 무럭무럭 잘 자랐다. 일부 폐사는 있었지만 연구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치어를 성어로 키웠고 산란과 수정을 통해 수정란을 채집하고 부화시킨 뒤 다시 키우는 완전 양식을 꿈꾸고 있었다. 당시도 완전 양식은 시간문제로 여겨졌고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시련이 찾아왔다.

2010년 8월 태풍 '뎬무'가 제주도 수중 가두리를 강타했다. 참다랑어 588마리 중 344마리가 폐사했다. 참다랑어들이 딱딱한 그물에 충돌해 대량 폐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돌해도 다치거나 죽지 않는 재질의 그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2년 뒤에는 태풍 볼라벤이 찾아왔다. 통영 욕지도의 양식장에서 참다랑어 150여 마리가 모두 탈출했다. 80kg까지 키워 산란과 수정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연구원들은 이때 "참치 양식 꿈을 접을까" 라는 생각도 했다. 제주도 육상 양식장에서도 수 백 마리 참치가 폐사했다. 전기가 끊기고 흙탕물이 유입되면서 호흡 곤란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거문도 양식장은 삼면이 섬으로 둘려 쌓여 있다. 태풍에 비교적 안전하다는 얘기다. 참치 양식의 또 다른 골칫거리인 적조도 없었다. 통영과 제주의 양식장에서 다 큰 참다랑어 대량 폐사가 잇따랐지만 거문도는 견뎌냈다. 그렇게 118마리의 치어 중 98마리가 5년을 자랄 수 있었다. 몸무게가 커지고 산란기가 되면서는 최고급 먹이가 제공됐다. 신선한 고등어와 뉴질랜드산 오징어다. 민감한 성격의 참다랑어가 알을 낳고 수정까지 한다는 것은 최적의 양식 조건이 제공됐을 때 가능하다. 그 양식 조건이 거문도에서 이뤄진 것이다.

참다랑어는 참치 중의 참치로 불리는 최고급 어종이다. 그래서 많이 잡았고 숫자가 줄면서 가격은 치솟았다. 2013년에는 상징적인 경매이긴 하지만 일본에서는 참다랑어 한마리가  수십 억 원에 팔리기도 했다. 많이 잡다보니 숫자가 줄었다. 그래서 조업 규제도 심하다. 그래서 양식이 대안이 된 것이다. 강준석 국립수산과학원장은 "참다랑어 완전양식 성공으로 한 해 5천억 원의 경제 창출 효과를 기대 한다"고 말했다. 최대 소비국 일본에 수출할 수 있다. 고기를 팔기도 하고 수정란이나 치어를 수출할 수도 있다. "참치 소비가 급증하는 중국의 식생활 변화도 유의해야 한다"고 강 원장은 말했다. 

▶ 참다랑어 완전 양식 사실상 성공…세계 두 번째
▶ 참다랑어 수정란 채집·부화까지…완전양식 단계 진입
         

표언구 기자eungo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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