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베끼기 천국' 과자 시장, 어디까지 합법인가?

김필규 2015. 8. 24.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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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 과자 제품이 일본 것을 따라 했으니 판매를 중단하고 남은 제품도 폐기하라는 법원 판결이 지난주에 나왔습니다. 사실 그동안 일본 제품과 너무 똑같은 국내 과자들이 논란이 되기도 했죠. 그런데 위법 판결까지 난 것은 이례적인 것 같습니다. 어째서 이렇게 과자 시장에선 모방 제품이 많은 건지, 독점권이란 게 있는 건지 오늘(24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과자 얘기를 하면 시청자 여러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이런 것도 해야 하다 보니까요. 우리가 과자 얘기는 지난번에 허니버터칩 이후로 처음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화면에 제품들이 쫙 나와 있는데요. 이게 일본 제품과 유사해 논란이 됐던 과자들인 거죠?

[기자]

맞습니다. 화면에도 나와 있지만, 그중에 몇 가지 대표적인 제품을 실제로 가지고 나왔는데요.

먼저 이 빼빼로는 1983년 국내에서 출시됐는데, 옆에 있는 제품은 1966년 일본에서 나온 포키입니다. 이 두 개가 상당히…

[앵커]

제가 꺼내봐도 되죠? (그렇습니다) 똑같네요.

[기자]

그게 일본 제품이고요. 이게 한국 제품인데 외관상으로는 거의 비슷합니다.

[앵커]

제품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습니다. 오해받을까 봐.

[기자]

그리고 이 옆에 있는 제품이 우리나라 대표 과자라고 할 수 있는 새우깡인데요. 이 새우깡은 71년에 한국에서 출시됐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옆에 있는 64년에 출시된 일본 가루비의 에비센을 베꼈다는 논란 계속 나왔습니다.

[앵커]

이게 7년 먼저 나왔다는 얘기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게 에비센이고 이게 새우깡인데 역시 외관상으로는 구분이 힘들고요. (거의 똑같네요)

그리고 포장지에도 새우 그림이 그려져 있는 모습, 붉은색의 배경 아주 비슷해서 계속 논란이 돼 왔습니다.

그 밖에도 지금 이 뒤의 화면으로 마저 보실 텐데 왼쪽에 있는 제품이 우리나라 제품이고 오른쪽에 있는 게 일본 제품입니다. 지금 그리고 또 밑에 제품들, 음료수까지도 다 있는데 역시 외관상으로 봐서, 또 내용물을 꺼내봤을 때는 어느 게 일본 제품이고 어느 게 한국제품인지 알기가 힘든데요.

모두 일본 제품이 먼저 일본에서 출시가 됐던 겁니다.

그러니까 한국이 베꼈다라는 논란을 피해갈 수 없는 부분인 건데요.

그러다 보니 일본 방송에서도 이런 한국 과자업계의 베끼기 문제를 교양, 예능 프로에서 다루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쪽에서도 다 알고 있다 그런 얘기잖아요. (그렇습니다) 모를 리는 없겠죠, 물론. 예를 들면 다른 제품 같은 경우에 이렇게 똑같이 만들면 당장 문제가 되거나 그러잖아요. 그렇죠? 특허에도 위반됐다고 하고 그런데 이게 굉장히 오랜 기간 이렇게 그냥 지내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해도 별문제가 여태까지 그러면 전혀 없었던 것이냐. 어떻습니까?

[기자]

그 부분은 두 가지 면에서 살펴볼 수 있는데, 첫째는 과자 제조법에 대한 특허상의 문제입니다. 원칙상 과자 만드는 법을 업체가 특허로 낼 수가 있기는 한데 실제 그 권리를 보호받기는 쉽지 않다고 합니다. 전문가 이야기로 들어보시죠.

[김상겸 변호사/법무법인 예율 : 음식 제조법 같은 경우는 특허가 가능한 기존에 없던 특징적인 부분이 있어야 해요. 종래와 차별되는 조성물(원재료)이라든지, 기존에는 없던 배합비율이라든지. 완전히 제조된 이후의 음식물 같은 경우에는 그 안의 구성성분을 일률적으로 특정하기가 어렵잖아요? 현실적으로 특허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서, 실제로 많이 활용되고 있진 않습니다.]

아무리 같은 맛의 과자라 할지라도 조금 다른 성분이 들어갔다면 베꼈다고 보기 힘들게 된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러다 보니 국내 업체에선 "세계 각국의 제품들을 참고하고 벤치마킹해 만든 것이지 특정 일본제품을 베낀 게 아니다"라고 변명을 해온 겁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 제품 생김새. 그러니까 포장도 거의 똑같고 또 내용물은 거의 저렇게 구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그렇게 돼 있으면 분명히 이건 베꼈다라고 얘기할 수 있는 건데 그럼 일본 제과업체들에서 왜 여태까지 아무 얘기가 없었습니까?

[기자]

일본 제과업체가 아무 얘기가 없다는 것 그게 바로 논란이 없었던 두 번째 이유인 건데요. 바로 관련 법 규정이 친고죄라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피해를 봤다는 일본 기업이 직접 나서야 하는데 수십 년 동안 워낙 일본제품 수입 자체가 막혀있던 데다가, 풀린 이후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한 일본 업체가 많지 않고, 정서적인 문제도 있어 딱히 소송이 없던 거죠.

[앵커]

별로 자기들이 손해를 본다고 느끼지를 못해왔다, 그런 얘기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드는 궁금증은 지금 보시는 것처럼 국내 업체들끼리도 소위 '미투 제품'이라고 해서 베끼기 제품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역시 실제 소송까지 가는 경우는 많지 않았는데요. 왜 그런 건지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디딤돌 : 특허출원을 하게 되면 배합 같은 걸 공개를 해야 하거든요. 오히려 그게 또 역으로 당할 수도 있고. (과자 시장을) 대여섯 개 회사가 독과점하고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서로서로 약간은 참조를 많이 하는 거로 보여요. 어차피 다른 회사에서 다른 상품을 만들면 그걸 또 벤치마킹을 하다 보니까. 소송하는 것보다는 그냥 넘어가는 게 더 많은 거로 보입니다.]

[앵커]

이거 지금 화면을 보니까 진짜 똑같네요. 초코파이는 왼쪽 게 롯데고 오른쪽 게 어디입니까? (오리온입니다) 신짱이란 것도 그냥 똑같고요. 이른바 이런 걸 미투제품이라고 합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특히 밑에 있는 것은 최근에 열풍이 있었던, 또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허니버터칩 제품이 나온 이후에 다른 업체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이렇게 나왔던 겁니다.

[앵커]

그런데 일본업체는 그렇다 치고 우리 같은 경우에, 그러니까 이런 게 이제 여러 가지 지금 얘기한 것 때문에 그렇다 쳐도 이건 어떻습니까? 그러니까 일본업체가 이번에 소송을 건 것, 다 조용한데 건 것은 이제는 안 되겠다. 우리 이익이 본격적으로 침해받기 시작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라는 건가요?

[기자]

글리코사와 합작을 하고 있는 해태글리코에서는 공식적으로 그 부분에 대해서 인정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포키를 만들고 있는 글리코사가 해태제과와 합작해서 국내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 판매한 지 4년째가 되고 있거든요.

보통 11월 11일 빼빼로데이에만 즈음해서 팔리는 빼빼로가 700억 원 규모니 일본 입장에서도 만만한 시장이 아닌 거죠.

다만 앞서 말씀드렸듯 내용물을 가지고 독점권을 주장할 순 없으니 이번에 디자인 보호법 등에 따라 비슷하게 만든 제품 포장을 문제 삼은 겁니다.

지금 보시는 것처럼 곡선 모양으로 돼 있는 이 상자 케이스 모습과 또 빼빼로가 하나 그려져 있는 이 모습들 상당히… (저건 좀 할 말이 없겠네요)

그러니까 서울중앙지법에서도 제품 형태도 거의 같고 포장 각면의 배색이나 초콜릿 과자를 배치한 모양 등 구성이 매우 흡사하다, 그렇게 판단을 내렸던 겁니다.

[앵커]

그러면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팔리고 있는 빼빼로도 앞으로 못 팝니까? 그러니까 왜 빼빼로데이 되면 많이들 사잖아요, 그렇죠? 아예 제품 자체가 못 나오고 그런 건 아니죠?

[기자]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른 제품은 상관이 없는 거고요.

이번 판결과 관련해서는 이 제품 하나인데요.

해당 제품은 지난해 빼빼로데이 때 한시적으로 내놓은 기획상품이라 회수할 것도 없고 판매 중단할 것도 없다는 게 롯데제과 측 설명입니다.

롯데제과 측에선 "소송제기 자체가 국내 후발주자인 글리코사가 관심 끌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국내 과자업계 하면 과다포장이나 질소 충전, 눈살 찌푸리게 하는 지나친 '미투 경쟁', 이런 것으로 논란되지 않았습니까? 이번 판결 두고 소비자들이 일본 업체의 공격에 직면한 국내 제과업계를 응원해줄지, 어떤지 잘 생각해 볼 일입니다.

[앵커]

저 화면이 뭔지 궁금해하실 분 계실 텐데. 과자 봉지로 뗏목 만들어서 가고 있는 겁니다. 그만큼 질소 포장이 심하다는 걸 나타내고 있는 거죠. 알겠습니다. 김필규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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