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직원은 잘라도 된다"..노동개혁 폭탄 '일반해고'

박광범 기자 2015. 8. 1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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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노동개혁, 미래와의 상생③ : 일반해고(1)]사회적 강자가 부담지는 개혁돼야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the300][노동개혁, 미래와의 상생③ : 일반해고(1)]사회적 강자가 부담지는 개혁돼야]

"1년에 자동차를 50대 파는 동료들과 달리 3대밖에 팔지 못하는 노동자가 있을 경우 우선 재교육을 시키고 교육 뒤에도 능력이 떨어지면 그 능력에 맞게 재배치를 하고, 그럼에도 도저히 불가능할 때 고용계약 해지(해고)를 하자는 것입니다"-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저(低)성과자 해고, 이른바 '일반해고'가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노동개혁의 성패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에 달려있다는 분석이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노동계는 노동개혁을 위한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복귀 조건으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가이드라인'을 의제에서 제외할 것으로 내걸고 있다.

김대환 노사정위위원장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동계의 조건 없는 노사정위 복귀를 주장한다. 모든 사안을 노사정위 테이블에 올려놓고 노사정이 허심탄회하게 대화에 임하자는 것이다.

◇"투명한 해고" vs "쉬운 해고"

앞서 노동계는 지난 4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및 파견대상 업무 확대 등을 포함한 '5대 수용불가' 사항을 천명하며 노사정위 최종 결렬을 선언했는데 그 중 핵심은 '일반해고'였다.

정부는 일반해고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핵심으로 꼽는다. 비정규직 양산의 원인이 '정규직 과보호'에 있다고 보는 정부는 행정지침(가이드라인)을 통해 업무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명확하게 해 기업의 고용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 밖의 징벌(懲罰)을 하지 못한다'는 규정에서 '정당한 이유'를 가이드라인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노사 간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없애겠다는 것이지 '쉬운 해고'를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 2일 정부출연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을 통해 일반해고와 관련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시했다. 요약하면 기업들의 인사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을 경우, 업무성과를 개선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이미 일반해고에 대한 밑그림을 다 그린 상태에서 노사정위 논의에 복귀하라고 노동계를 압박하는 것은 이중적 행태라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일반해고가 사용자의 일상적 근로자 해고 수단으로 악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노조활동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업무부적격자에 대한 재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의도와 다르게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사무직종 종사자의 경우, 맡은 업무와 성과 간에 상관관계가 깊지만 이를 무시한 채 사측이 퇴출대상자를 의도적으로 보조 또는 주변 업무에 배정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이 만병통치약?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도입이 노동시장에 혼란을 부추길 것이란 지적도 있다. 경영계는 고용유연성 강화를 위해 일반해고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단 입장이지만, 명확하지 않은 가이드라인은 인력운영의 경직성을 완화하는데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일반해고의 전제조건인 '기업들의 인사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을 경우'를 두고서도 해석에 따라 이견이 존재할 수 있어 노동현장에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단 지적이다.

또 정부가 입법이 아닌 가이드라인이란 우회전략을 펴는 것을 두고서도 뒷말이 나온다. 현행법상 존재하지 않는 일반해고를 가이드라인으로 추진할 경우, 법과 가이드라인이 충돌해 노사갈등이 반복되거나 노사간 소송이 급증하는 등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는 "가이드라인이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 할 것인지, 취지와 달리 인사관리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것은 아닌지 등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속도전' 우려…"사회적 강자가 먼저 부담지는 개혁돼야"

연말까지 노동개혁을 완료하겠다는 정부의 '속도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의 조율에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개별 기업 차원의 모범사례도 있지만 현안 해결과 새로운 노동시장 질서 형성을 위해 큰 틀에서의 노사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노동계도 기업 조직 내 업무부적격자 및 저성과자에 대한 역할 조정 기준 및 절차 마련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만큼, 노사정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한 대화와 타협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대환 위원장이 노동계의 복귀를 요구하며 정부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을 일방 강행하지 않도록 중재하겠다고 했지만, 노동계는 이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민 연세대 교수는 "노사정뿐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경제 전체의 투명성과 신뢰, 분배정의 확립이 중요하다"며 "구조 개혁은 '사회적 강자'가 먼저 부담을 지는 쪽으로 출발해야 한다. 성장을 위해 약자의 희생이 가능한 방안을 추구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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