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제조업 돌파구를 찾아라] <상> 성장 한계 봉착한 한국기업

성행경기자 입력 2014. 7. 20. 17:53 수정 2014. 7. 2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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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에 치이고.. 부품·소재개발 더디고.. '고부가 혁신' 서둘러야철강·조선 영업익 하락 심각.. 전자-車도 갈수록 경쟁 격화선진국 제조업 진흥책처럼 하이테크산업 육성책 마련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한국 경제를 이끄는 쌍두마차다. 두 회사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전체의 40%에 이른다. 순이익은 절반이 넘는다.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국 제조업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들 막강한 '전차 군단'도 글로벌 경쟁 격화와 환율 변동성에 노출되면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15조6,9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도 같은 기간 4.2% 줄었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매출은 5,000억원가량 늘지만 영업이익은 3%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철강·조선·석유화학 업종이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급락한 상황에서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실적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위기감이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제조업 위기가 환율 상승과 신흥시장 침체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시각이 우세하다는 데 있다. 정부와 기업들이 제조업 근본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핵심 부품·소재·소프트웨어 산업을 키우지 않고 혁신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이지 않은 데 따른 내재적·구조적 요인이 훨씬 크다는 것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사이 제조업 재도약을 위한 혁신의 기회를 놓쳐버렸다"면서 "지금이라도 산업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식어가는 제조업 성장엔진=

제조업 위기 징후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타났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10년 7.8%이던 제조업 영업이익률은 2011년 6.2%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해는 5.7%로 더 떨어졌다. 매출액 증가율도 같은 기간 18.7%에서 0.7%로 무려 18% 포인트나 급락했다.

실제로 20일 서울경제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0위 업체 중 제조 대기업 3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0년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상승한 곳은 29곳(기업 분할한 한국타이어 제외) 중 삼성전자·현대차·기아차·LG전자·현대위아 등 5개에 불과했다. 지난해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에 못 미치는 기업은 18곳이나 됐다.

특히 중국 업체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는 철강·조선·석유화학의 영업이익률 하락 폭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현대중공업은 2010년 14.81%에서 1.14%로 급락했고 포스코와 금호석유화학은 같은 기간 각각 11.58%, 11.30%에서 4.84%, 2.62%로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선방해오던 전기·전자와 자동차 업종마저 성장 둔화와 이익 감소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제조업의 성장엔진이 식은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품질·원가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왔지만 변곡점(Threshold)까지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글로벌 경기침체와 해외 업체와의 경쟁 심화, 환율 리스크와 맞닥뜨렸다"면서 "해마다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둔화되고 있었지만 고환율 정책에 따른 일부 대기업의 실적 호조에 가려 제조업의 근본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 혁신 노력을 등한히 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산업 육성 시급=

국내 제조기업들이 성장 한계에 부딪혀 수익성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동안 주요 경쟁국들은 일제히 수익성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더한다. 미국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12년 4.3%에서 지난해 6.8%로 2.5% 포인트나 상승했고 독일도 같은 기간 4.3%에서 5.6%로 높아졌다. 일본과 중국도 각각 4.1%, 6.6%에서 4.4%, 7.9%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이는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각종 진흥 정책을 펼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임금과 원재료 가격을 포함한 제조 원가 상승과 핵심 부품·소재의 높은 해외 의존도 등으로 수익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수익성 악화는 현금흐름 위축→재무건전성 저하→투자 제약→성장잠재력 훼손→수익성 악화라는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기업들이 수익성과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투자를 늘릴 경우 국내 산업 공동화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제조업과 정보기술(IT)을 융합하고 디자인·엔지니어링·소프트웨어·소재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주력하고 있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지금부터라도 산업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작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조선·철강·석유화학은 이미 중국에 밀리고 있고 IT·반도체·자동차도 곧 따라잡힐 것"이라며 "제조업 혁신은 기업 자체 역량만으로는 힘든 만큼 정부가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고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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