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난 유럽은행 공포..글로벌 금융시장 '요동'

김혜미 2014. 7. 11.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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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프리토 산토 인터내셔널, 일부 이표채 지급 못해유럽·뉴욕 증시 하락..美국채·금 등 안전자산 수요 늘어전문가들 "유럽은행 확산 가능성 있으나 속단 이르다"

[뉴욕= 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 포르투갈 최대 은행의 재무 건전성 우려가 고조되며 10일(현지시간)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유럽과 미국 증시가 연이어 하락한 반면 미국과 독일 국채와 금 등 안전자산 수요는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이 포르투갈 은행권은 물론 유럽 은행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국 금융시장은 장 막판 일부 낙폭을 만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이어갔다.

◇포르투갈 최대 은행 단기부채 상환 지체..안정성 우려↑

발단은 포르투갈 최대 은행 방코 에스프리토 산토의 모기업 에스프리토 산토 인터내셔널이 스위스 프라이빗 뱅크 고객들에게 판매한 일부 단기 이표채에 대한 지급을 지체한 데서 시작됐다. 스위스 방크 프리베 에스프리토 산토는 채권 상환 지체가 극소수의 고객에 불과하며 이는 모기업에 상환 의무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방코 에스프리토 산토와 에스프리토 산토 파이낸셜 그룹은 각각 17.2%와 8.9% 급락한 뒤 거래가 중단됐다. 에스프리토 산토 인터내셔널은 자회사 에스프리토 산토 파이낸셜 그룹을 통해 방코 에스프리토 산토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에스프리토 산토 인터내셔널의 재무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고조됐다. 포르투갈 PSI 지수는 하루새 4.2% 급락했으며, 포르투갈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21bp 상승한 3.97%를 나타냈다. 포르투갈 증시는 지난 2013년 7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30% 가까이 올랐으나 최근 10거래일 동안에만 12% 가량 밀렸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에스프리토 산토 파이낸셜 그룹의 신용등급을 3단계 낮은 `Caa2`로 하향 조정했다. ESI 등 기타 계열사들에 대한 높은 익스포저가 하향 이유였으며 익스포저가 증가할 경우 추가 하향 가능성이 있음을 경고했다.

포르투갈은 지난 2011년 재정 위기로 78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은 바 있다.

◇유로존 채무 위기 악몽 되살아나

이날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락하며 한동안 잠잠했던 유로존 채무 위기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뉴욕 증시는 경제지표 호조에도 불구, 장 초반부터 하락세를 이어갔다.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일대비 0.4% 내린 1만6915.07에 마감됐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은행주들이 줄줄이 추락하며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과 독일 증시는 각각 전일대비 0.7%와 1.5% 내렸고, 프랑스 증시는 1.3% 하락했다.

반면 미 국채 등 대표적인 안전자산은 강세를 나타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일대비 2bp 하락한 2.536%를 기록했으며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1.185%를 기록하며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 선물시장에서 금 8월물 선물 가격은 전일대비 1.1% 오른 온스당 1339.20달러를 나타냈다. 유로-달러 환율은 1.3601달러로 0.3% 내렸다.

이런 가운데 일부 남유럽 기업들은 상장 혹은 채권 발행을 연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는 이날 3년 만기 국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15억유로 발행에 그쳐 시장 참가자들의 예상에 못미쳤다.

◇유럽 연쇄파급 가능성..뉴욕 증시 나홀로 강세 이어갈까

일부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토머스 로스 미쓰비시UFJ 시큐리티 채권 트레이더는 "유럽 은행들의 연쇄파급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결국 은행 도산으로 이어져 다시 경기후퇴(recession)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안루카 지글리오 선라이즈 브로커스 애널리스트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 현실은 장밋빛이 아니라는 경고음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번 주 초 발표된 독일의 5월 수출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5월 산업생산도 후퇴한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로존 경제에 대한 우려가 지속됐다.

그러나 대부분은 이날 금융시장이 공황 상태는 아니었다며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특히 뉴욕 증시에 대해서는 일시적인 조정을 위한 핑계거리에 불과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12% 상승했으나 아직 장기 평균수준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스티븐 위어팅 씨티 프라이빗 뱅크 선임 스트래티지스트는 "투자자들은 이날 악재를 매도하기 위한 핑계로 사용했을 뿐"이라며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는 "실제로 뉴욕 증시는 지난 6주간 6% 상승했으며 조정이 필요하다. 펀더멘털적으로 미국이나 유럽 모두 바뀐 건 없다"고 지적했다.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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