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실패한 중고서점, 알라딘 만 잘나가는 이유

입력 2014. 6. 16. 02:27 수정 2014. 6. 16.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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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어온 책 1217권'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 신촌점 입구. 15일에도 새로 책이 들어왔음을 알리는 숫자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연세대 앞 나이트클럽 자리에 들어선 이 곳에는 누군가 읽은, 그러나 깨끗한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다.

알라딘 중고서점은 2011년 9월 서울 종로점을 시작으로 부산, 광주, 울산, 미국 로스앤젤레스까지 19곳으로 매장을 넓혔다. 알라딘 마케팅팀 조선아 과장은 "중고서점 매출은 매년 30%대의 급성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라딘보다 앞서 2006년 국내에 대형 중고서점을 연 일본 북오프가 올해 초 완전 철수했고, 헌책방이나 동네서점들도 속속 문을 닫고 있는 상황과 대조된다.

◇새 책 같은 헌책=서울 강남점의 서오현 점장은 "처음부터 새 책 파는 곳 같은 중고서점을 목표로 했다"며 깔끔한 인테리어와 편리한 검색 시스템, 현금으로 책값을 쳐주는 매입 정책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환한 조명과 잘 정돈된 서가는 물론이고 책 분류와 진열도 새 책처럼 해놓았다. 책이 어디 있는지, 얼마에 사고 팔 수 있는지도 스마트폰으로 바로 찾아볼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 등으로 고객 반응을 늘 확인하며 서비스를 개선하고 있다고 한다.

매입 가능한 책 목록과 가격을 매일 업데이트해 '정찰제 현금박치기'로 사들이는 점은 알라딘에 전국의 헌 책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중요한 이유다. 출간된 지 2년이 된 '마법 천자문' 한 권을 깨끗한 상태로 가져오면 4500원을 손에 쥐어 준다. 새 책 값(9800원)의 절반에 가깝다. 다른 데선 심할 경우 폐지 값 정도만 쳐주는 것과 차이가 난다. 그래선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는 책을 여행용 가방에 가득 담아 와 파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서 점장은 "매일 재고량과 판매량, 회전율, 출간시기 등을 감안해 가격을 조정한다"고 말했다. 매출과 수익을 묻자 알라딘 측은 "중고서점이 크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은 아니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아직은 미미하다"고 답했다.

◇도서정가제 강화 득 될까=하지만 출간 18개월 미만의 신간도 버젓이 거래되고 있어 출판사들은 황당함을 토로하고 있다. 신촌·종로 등에선 인근 헌책방들의 생계를 위협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알라딘 측은 "신간 서적은 어쩔 수 없이 매입하긴 하지만 매장에 내놓는 시기는 조절한다"며 "입지를 고를 때도 주변에 헌책방이 없는지 조사한다"고 했다. 실제는 달랐다. 이날 신촌점에는 '꿈 꿀 권리' '상우 일기' 같이 출간된 지 한달도 안 된 책들이 꽂혀 있었다.

출판계에서는 "11월부터 강화된 도서정가제가 시행되면 중고서점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할인폭이 지금은 신간에 한해 20%이지만 앞으로는 출간 시기에 상관없이 15%로 고정되기 때문에, 자유로운 중고서점으로 수요가 옮겨갈 것이라는 예상이다. 알라딘 측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면서 "정가제가 강화된 대신 구간의 정가를 낮추면 오히려 중고서점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일본의 대형 중고서점들은 의류 완구 스포츠용품 등으로 품목을 늘리며 백화점식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알라딘도 중고 거래의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 없을까. 조 과장은 "올해 초 실험적으로 중고태블릿을 거래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면서도 "책과 연관되는 품목을 더 팔 수 있겠지만, 그 외의 제품군은 고려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서울 강남점에는 알라딘이 자체 제작한 음반이나 에코백, 북엔드, 노트도 팔고 있다.

조유식 알라딘 대표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이 커피와 함께 책을 볼 수 있게 해 놓은 공간이 부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알라딘은 중고서점에 카페를 설치하거나 매장을 더 고급스럽게 꾸밀 계획은 없다고 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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