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건설사 담합 자진신고↑.. '침묵의 카르텔' 깨졌다

2014. 6. 2. 07:1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의 90% 이상이 건설사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년 동안 찰떡처럼 공고했던 건설사 간 침묵의 카르텔(담합) 관행이 깨진 것이다. 건설사들은 4대강 사업 담합 사건 이후 공정위 표적조사로 인해 공멸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공정위는 몰려드는 건설사들의 리니언시(자진신고 감면제도) 신고에 다른 사건은 처리할 여력이 없는데 적반하장도 유분수란 입장이다.

◇건설사 과징금 폭탄=국민일보가 1일 공정위가 올 들어 5월까지 처리한 전원회의 안건을 분석한 결과 과징금이 부과된 15개 사건 중 10건이 건설사 담합이었다. 전체 과징금 1837억7700만원 중 건설사에 94.2%인 1730억7900만원이나 부과됐다. 스크린골프 업체 골프존의 거래상 지위남용 사건(43억4000만원) 외에 과징금 규모가 미미한 소위원회 사건을 다 합쳐도 과징금이 건설사에 집중된 셈이다. 과징금을 부과 받은 18개 건설사 중 3분의 2인 12개 건설사는 2건 이상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21개 건설사에 부과한 인천도시철도 담합 과징금 1322억원을 합치면 가히 과징금 폭탄이라 불릴 만하다.

건설업계는 부동산시장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업계 사정에 과징금 폭탄까지 겹치며 고사(枯死)직전이라고 하소연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가 이상하리만큼 건설업계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전원회의 사건 중 최소 1000억원대 과징금이 예상됐던 네이버의 불공정행위 사건(2월)은 자진시정 형식의 동의의결제로 처리됐고, 편의점업계 '밀어내기' 사건(3월) 역시 재심결정이 내려졌다.

◇공정위, "건설사의 자승자박"=이명박정부 당시 4대강 담합 조사 이후 건설사에 대한 공정위의 직권조사는 한 건도 없었다. 공정위의 담합 척결 의지보다는 4대강 담합 사건 이후 건설업계의 카르텔 구조가 스스로 무너진 것이 과징금 폭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수십년간 건설사의 리니언시는 한 건도 없었다"며 "4대강 담합 조사 이후 건설사 간 불신의 고리가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형 A사가 지방 지하철공사 담합과 관련해 처음 자진신고를 한 이후 대·중·소형사 가릴 것 없이 리니언시 경쟁이 붙었다는 것이다. 크게 보면 지난 정부 4대강 사업을 시작으로 턴키공사 방식으로 사이좋게 관급 공사 입찰을 따내며 호황을 누린 건설업계의 추악한 이면이 드러났다고 볼 수도 있다.

리니언시 사건의 담합 수법도 동일하다. 설계·시공 일괄 입찰방식인 턴키방식의 관급공사 입찰에서 사전 조율을 통해 공구를 '나눠먹기' 하는 식이다. 정부는 최근 턴키방식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공사 수행능력,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종합심사낙찰제를 수원 아파트 건설공사에 최초로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남도도 지난달 300억원 이상 대형공사에 실시하던 턴키방식 입찰을 폐지했다.

공정위는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고위관계자는 "리니언시가 들어오는데 이를 뭉개는 것은 직무유기"라면서 "턴키공사 폐지 등 후속 정책 효과를 보면 중·장기적으로 건설업계에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하반기에도 3∼4건의 건설사 입찰 담합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Key Word-리니언시(Leniency)

담합 자진신고 감면제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협력하거나 담합 행위를 스스로 신고한 기업에 과징금 감면 및 검찰 고발 면제 혜택을 준다. 1순위로 자수하면 과징금을 100%, 2순위는 50%를 깎아준다. 1·2순위 모두 고발 대상에서 제외된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 zhibago@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뉴스 미란다 원칙] 취재원과 독자에게는 국민일보 쿠키뉴스에 자유로이 접근할 권리와 반론·정정·추후 보도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고충처리인(gochung@kmib.co.kr), 쿠키뉴스(kuki@kmib.co.kr)/전화:02-781-9711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